한국판 안네의 일기 ‘김승태만세운동가’ 첫 공개

김해 장유 독립운동 기록...한글박물관 30일까지 전시

2022-04-04     박준언
한국판 ‘안네의 일기’로 불리며 김해 장유지역의 독립운동을 기록한 ‘김승태만세운동가’가 김해한글박물관에 처음으로 전시된다.

이 자료는 독립운동 사료와 문학적 측면에서도 가치가 매우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어 시민들과 학생들의 교육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하마터면 분실할 뻔한 사연이 있어 이번 전시가 갖는 의미가 크다.

김해한글박물관은 오는 30일까지 ‘독립운동과 한글’을 주제로 지역의 대표 기록 문화유산인 ‘김승태만세운동가’를 전시한다고 4일 밝혔다.

김승태(金升泰, 1878~1940)독립운동가는 1919년 4월 12일 장유 무계리 장터에서 선두로 태극기를 들고 독립만세 시위행진을 했고, 이 때문에 옥고를 치렀다. 1990년 건국훈장 애족장이 추서됐다.

김승태만세운동가는 기미년 만세운동을 이끈 김승태 선생의 투옥·재판·석방과정을 그의 어머니 조순남 여사가 ‘내방가사’(內房歌辭·조선 양반가 여성들 사이에 유행한 문학)형식으로 생생하게 기록한 것이다.

37쪽 분량으로 된 이 내방가사에는 장유지역에서 발생한 독립운동 배경과 아들 김승태에 대한 칭찬과 당부를 섬세한 필치로 기술하고 있다.

장유만세 운동의 실상과 기마대 연행 대목에는 일본 경찰의 폭력으로 잔혹하게 죽음을 당하거나 분노한 백성이 철사 줄에 매여 끌려가는 처절했던 현장 모습이 그려져 있다.

이 때문에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을 피해 유대인 가족이 숨어지내면서 독일군이 저지른 실상을 적어온 이른바 ‘안네의 일기’와 유사하다고 해서 한국판 안네의 일기로 불린다.

이 사료는 하마터면 분실할뻔 했다. 김승태만세운동가는 김해시가 지난 2005년 제86주년 3·1절 기념행사장에서 시민 조모 씨로부터 기증받았다. 그러다 연구자와 후손이 원본 존재 여부를 시청에 확인하는 과정에서 김해시의 관리소홀로 사라진 사실이 드러났다.

김해시가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고 김해문화원 수장고, 김해민속박물관, 김해향교 등 자료가 있을만한 곳을 뒤지다 2019년 시청 본관 지하 문서고 캐비닛에서 다시 발견되는 등 우여곡절도 겪었다.

김해한글박물관은 유물의 보존과 연구를 위해 30일까지 전시 후 원본 유물을 영인본으로 교체할 계획이다.

박준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