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임의 디카시 행진 62] ‘사춘기’ (고경숙 시인)

2022-04-07     경남일보


딱히 그럴 맘도 아니면서

나는 자꾸 모로 누웠다

엄마의 눈물이 슬프게 피어났다



-고경숙 시인의 ‘사춘기’



‘삐딱하다’라는 푯말은 사춘기의 아이에게 붙여야 한다. 조마조마하면서도 조금은 귀엽고 사랑스러운 눈으로 이해하게 될 것이다. 어른이 ‘삐딱하다’라는 팻말을 들고 있는 것을 생각해 보자. 금세 눈살이 찌푸려지고 마음이 불편해지고 말 것이다. 사춘기를 ‘겉멋’과 ‘성장’으로 이해한다면, 어른의 그것은 ‘심통’밖에 더 있겠는가. 인생에서 누구나 한 번 이해되는 ‘삐딱’, 그건 사춘기의 특권이다.

그래도, 그렇다 쳐도, 그럼에도, 딸아, 아들아, 엄마가 좀 울기는 했구나. 저 항아리 같은 눈물샘을 보아라. 꽃은 그냥 피는 것이 아니더구나. (시인·두원공대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