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나는 봄바람처럼 사람을 대해 왔는가?

민영인 (산청군 문화관광해설사)

2022-04-11     경남일보


청명, 한식을 지나니 기온은 하루가 다르게 오르고, 초목은 연록의 싱그러움을 뽐낸다. 어디선가 불어오는 봄바람은 사람의 마음마저 한결 가볍게 해준다. 그런데 옛사람들은 이 봄바람을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중국 고서인 ‘설원(說苑)’을 보면 ‘춘풍풍인 하우우인(春風風人 夏雨雨人)’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춘추시대 양나라 재상으로 있던 맹간자(孟簡子)가 죄를 지어 제나라로 망명을 하게 되었다. 제나라 재상 관중이 마중을 나와보니 꾀죄죄한 몰골에 흙먼지를 둘러쓰고 수행하는 사람도 고작 셋만 데리고 왔다. 맹간자가 재상일 때는 식객이 삼천 명을 넘었다는데 그가 어려움에 처하자 모두 떠나버린 것이다.

이 상황을 본 관중은 “나도 제나라에서 법령을 바꾸고 제도를 고치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사람에게 원한을 샀다. 언젠가는 맹간자보다 더 큰 곤경에 빠질 수도 있을 것이다. 내가 언제 봄바람처럼 따뜻하게 사람을 대한 적이 있었던가. 나는 언제 여름비처럼 시원하게 사람들을 적셔준 적이 있었던가. 내 앞날이 걱정이로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春風風人에서 앞의 ‘風’은 명사로 바람이고, 뒤의 ‘風’은 동사로 바람불다 이다. 여기서 말하는 봄바람은 따뜻한 말, 따뜻한 마음을 가리키므로 춘풍풍인은 다른 사람을 충분히 이해하고 배려해 준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있을 때 잘해’, ‘두고 보자’라는 말을 종종 사용한다. 높은 자리에 있을 때, 곁에 있을 때 잘해 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맹간자처럼 끈 떨어지고 나서 주위를 둘러보면 그때는 아무도 없고, 후회해 봐야 이미 늦었다.

사람이 사회생활이든, 인간관계든 원만하게 잘하려면 평소에 지족(知足), 즉 자신의 분수를 알고 만족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맹자도 “無爲其所不爲 無欲其所不欲(무위기소불위 무욕기소불욕)”, ‘하지 않아야 할 것을 하지 않으며, 욕심내지 말아야 할 것을 욕심내지 말라’고 강조했다. 그런데 우리 주변에는 이 지족을 자기만족으로 착각하는 부류들이 있어, 하지 않아야 할 것은 찾아가면서 하고, 하지 말아야 할 것은 어떠한 만류에도 기어코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렇게 자신의 본마음을 잃은 자들이 오히려 남의 마음을 찾아 주겠다고 앞장서는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하니 세상이 더욱 혼란스러워지고 있는 것이다.

지금처럼 춘삼월 따뜻한 봄바람이 불며 겨우내 얼었던 대지에 온기를 불어넣어 만물을 소생하게 만들 듯 정치도, 대인관계도 이렇게 되기를 희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