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나이

변옥윤 (논설위원)

2022-04-13     경남일보
우리나라의 나이 셈법은 다분히 유교적, 생명존중의 의식이 담겨있다. 여인이 수태를 하면 그때부터 나이를 계산해 출산하면 바로 한살이 된다. 그같은 나이 셈법이 서양과는 달라 이를 맞추기 위해 생겨난 것이 ‘만나이’다. 우리 나이로는 열살이 만나이로는 여덟살 혹은 아홉살이 되기도 한다. 생일이 지났느냐에 따라 한살, 또는 두살이 빠지는 셈법이다.

▶생명의 기준이 수태와 출산으로 갈려 낙태에 대한 찬반논란이 극심했던 시절도 있었다. 나이에 대한 의식은 예부터 매우 유연했던 것 같다. 관혼상제 중 첫번째 의식인 관례는 아이의 성장속도에 따라 15세에서 20세 사이에 치러졌다. 사춘기가 지나야 비로소 좋은 날을 잡아 남자는 상투에 관을, 여자는 쪽을 찌어 비녀를 꽂아 주었다. 남자에게는 자를 지어 사회적 책임의식을 심어주는 일종의 성인식이다.

▶우리식 나이 셈법은 ‘법적 나이’. ‘사회적 나이’, ‘세는 나이’, ‘만나이’, ‘연나이’라는 다양한 나이 셈법으로 양력과 음력의 셈법 만큼이나 큰 혼란을 겪고 있다. 민법과 각종 행정법의 나이 기준도 다르다. 이로 인해 사회복지서비스와 정년, 법상 처벌규정, 권리와 의무에 대한 혼란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

▶새 정부가 우리나라의 나이 기준을 통일하겠다고 나섰다. 윤 당선자의 공약이기도 하다. 민법과 행정기본법에 나이를 환산하는 계산법과 표기규정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사회, 경제적 비용이 많이 줄어들 것이라는 예측이다. 남자 세계의 나이 다툼에도 법이 정해주는 서열이 통할지 궁금하다.
 
변옥윤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