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 검수완박 임박

정재모 (논설위원)

2022-04-14     경남일보
‘정의의 여신상’은 전 세계적으로 법정(法廷)을 장식하는 아이콘이 되어 있다. 한 손엔 천칭저울, 또 한 손엔 칼을 들었다. 이 여신의 두 눈은 대개 안대로 가려져 있다. 저울은 다툼을 공평하게 해결하는 상징이고 칼은 질서 파괴에 대한 강제 제재를 뜻한다. 눈을 가린 건 편견 없이 선악을 판별한다는 의미다.

▶이 여신상은 로마신화에서 정의와 법을 담당하는 신 유스티티아(Justitia)의 이미지를 형상화한 것이다. 정의를 뜻하는 단어 저스티스(justice)의 어원인 셈이다. 그리스 신화의 테미스, 또는 그 딸 디케의 이미지와 겹친다. 이 여신상은 법률 제도하에서의 도덕적인 힘을 우의적으로 의인화한 고대 그리스 로마인들의 생각을 담고 있다.

▶독일 법철학자 루돌프 폰 예링은 “저울 없는 칼은 폭력이고, 칼 없는 저울은 무기력 그 자체”라는 말을 남겼다. 법의 목적 달성을 위한 강제력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말이다. 처벌 규정이 없는 법률은 공염불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달리 설명한 법언(法諺)이다.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박탈)이 내로남불만큼 익숙한 토종 넉자성어로 널리 쓰이더니 그예 결판이 날 모양이다. 민주당이 검찰에 남은 6대 범죄의 수사권마저 싹다 지우는 법을 만들 태세다. 일러 저울만 남기고 칼은 뺏자는 건데, 그럼 그 칼은 누가 쥐게 될 것인지…. 한쪽은 검찰 선진화라 하고, 다른 쪽에선 죄 지은 자들의 자기방어 꼼수라 한다. 공방(攻防)의 진의를 잘 모르는 국민은 선거 때까지 구경밖엔 딱히 할일이 없다.
 
정재모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