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강홍의 경일시단]물매화 첫사랑(하영)
2022-04-17 경남일보
오랫동안
석간수 흐르는 작은 연못에
제멋대로 뛰놀던 은어 한 마리
저문 강 저편 바다로 내몰았습니다
물길이 잦아져 고요할 때까지
고요와 고요의 경계가 사라질 때까지
오랫동안
가슴을 쓸어내리며 바라보았습니다
오랜 시간 흐른 지금에도
물매화 꽃그늘 수시로 드나들며
비늘로 번득이는 은어 한 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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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은 언제 들어도 설레는 단어다.
젖몸살을 앓게 되고 사타구니에 까슬한 털이 도드라져 스스로 놀라던 시절이 있었다. 밤새 요란한 사랑을 혼자서 달래던 지독한 날들도 있었다. 그리고 태연함으로 위장한 그 격정을 끝내 고요로 감당한 적도 있었다, 내숭을 떨고 얼굴만 빨개지던 그 사랑을 나는 아직도 가꾸고 있음을 숨기지 못한다.
앵두꽃이 피고 고랑 물에 흐르는 저 연못의 은어 한 마리, 대해를 헤매다 귀소본능[歸巢本能]으로 돌아와 비늘로 번득이며
그 기억을 돋게 한다.
숨겨둔 사진첩의 저 흑백사진처럼
아문 상처에 새 피를 흘리게 한다.
너의 이야기이고 나의 이야기일 수 있는 시 한 편이 파편으로 꽂힌다.
숨긴 듯 드러내며 실토를 구한다.
여백에 딴전을 부리는 수작이 대단하다.
신은 세상을 참 재미있게 만들었다.
주강홍 경남시인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