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에서]100주년 어린이날

최숙향 (시인·장학사)

2022-04-18     경남일보
창밖으로 봄 현장체험학습을 떠나는 아이들의 행렬이 눈길을 끈다. 실로 오랜만에 보는 진풍경이라 신기한 듯 사람들이 창가로 모여든다. 아이들 모두가 함박웃음을 머금은 표정이다. 반가운 봄 소풍 정경이다. 봄꽃들이 흐드러진 들판을 거닐며 친구들과 연신 재잘거릴 아이들의 모습이 떠오르고 이내 미소가 지어진다.

봄 햇살 아래 피어나는 아이들의 맑고 밝은 모습은 5월을 성큼 떠올리게 만든다. 5월은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날 등 아이들이 즐거워 할 기념일이 많다. 특히, 올해 어린이날은 100번째 어린이날이다. 코로나 19로 인하여 기쁨을 나눌 수 있는 자리가 없었던 지난 2년 간의 어린이날을 축하하고 어린이들에게 즐거운 시간을 선물할 수 있도록 지자체 및 교육기관에서는 의미있게 보내게 할 어린이날 기념행사 준비가 한창이다.

100회 어린이날을 앞두고 평생 교육 현장에서 아이들과 함께 호흡했던 교육자 이주영님이 ‘방정환과 어린이 해방 선언 이야기’를 펴냈다. 그는 이 책에서 100년 전 방정환과 어린이 해방 운동가들이 품고 있었던 생각들을 현시점으로 가져와 그 시대적 의미를 분석한 후 교단 30년 경험을 토대로 한 자신의 생각을 밝히고 있다. 그 이야기는 1923년 5월 1일 ‘제1회 어린이날’에 반포되어 널리 알려졌던 ‘어린이 선언’으로부터 그 선언의 현재적인 의미와 세계적인 의미를 돌아보고 방정환선생님이 중심이 되었던 100년 전 어린이 해방선언의 선구적인 성격을 흥미진진하게 풀어낸다. 어린이는 미성숙한 존재가 아니라 온전한 인격체로서 대우받아야 함을 저자의 생각과 연구, 그리고 삶을 통해 드러내고 있다.

“묵은 사람이 새 사람 보고 ‘내 말만 들어라, 내 말만 들어라’ 하면서 새 사람의 의견을 덮어 누르기만 하면, 천년만년 가도 새 것이 나올 수 없고 아버지보다 더 새롭고 잘난 아들이 있을 수가 없는 것입니다. 내 말만 믿지 말고 나보다도 더 잘난 사람이 되어 새 것을 생각하고 새 일을 하도록 하라고 떠받쳐 주고 새 의견을 존중해 주어야 할아버지보다 아버지가 잘나고 아버지보다는 아들이 잘나고 아들보다는 손자는 더 잘나게 되어 자꾸자꾸 집안이 잘되고 세상이 잘 될 것입니다.”

책 속 위의 내용은 자꾸 생각이 고이게 하는 부분이다. 이 책은 ‘어린이에 대해 너무나 모르고 있었구나!’라는 깨달음을 갖게 한다. 어린이 해방 선언 100주년이라는 의미를 되새겨보며 100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과연 그때 보다 나아진 것이 있는가를 생각해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