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강홍의 경일시단]풀의 기술(조기조)

2022-05-02     경남일보

 


어머니가 일흔다섯을 기념하여

목뼈에 나사못을 박고 무릎을 인공관절로 바꾸고

안식에 들어갔다 기나긴

노동으로부터 해방되었다



어머니가 다스린 땅은 매년 수만 평이 넘었지만

어머니의 소유는 집터 포함 삼백 평이었다

이제 어머니의 안식과 함께

그 땅도 휴식중이다



휴식중인 땅은 곡식 대신 풀을 기른다

어머니는 안식으로 풀을 기른다

풀을 기르며 풀에 대하여

이런 이야기 하나를 들려준다



풀처럼 살아라

내가 이기지 못한 것은 저 풀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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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의 한계점에서 노동을 거둔 어머니의 휴식으로 곡식을 가꾸던

경작지에는 풀이 무성하다, 평생을 다투던 저 잡초들이

노동의 빈틈을 노리고 치열한 생명력으로 장악하였다.

포기를 모르는 저 억척은 핑계가 많은 우리의 게으름에 압정처럼 꽂힌다.

몇 평 안되는 가난의 땅에서 나누었던 생존, 이제 서로의 의지에 존경을 드리는 장면이다.

오월은 유난히 각오와 기억해야 할 것이 많은 달이다.

은혜를 되새기고 눈물을 훔치는 일이 더욱 많은 달이다.

담벼락에 핀 장미도 논두렁에 핀 개망초도 태생을 되돌아보고

생성의 전 과정을 돌아보게 하는 달이다.

신이 다 채우지 못했던 틈새를 메우는 어머니.

언제나 젖은 눈으로 뒤에 서서 계시던 어머니.

오월은 유난히 부끄러운 달이다. 거룩한 달이다.



주강홍 경남시인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