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대통령, 임기 말 사면카드 접나...靑, 국민 공감대 부족 “부정적”

2022-05-02     이홍구
문재인 대통령이 이명박 전 대통령 등에 대한 임기 마지막 특별사면을 고심하고 있는 가운데 청와대 내부에서는 사면에 부정적인 기류가 우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이 부정적인 국민여론을 감안, 사면카드를 접은 것으로 보고 있다.

2일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이 전 대통령과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등 정치인을 비롯해 이재용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경제계 인사들에 대한 사면을 놓고 마지막까지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청와대 내부 분위기를 보면 사면에 부정적인 기류가 지배적이다. 마지막 국무회의를 하루 앞둔 2일에도 사면과 관련한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어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

사면을 위해서는 법무부 장관이 위원장인 사면심사위원회에서 사면 대상을 심의 의결하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 이후 법무부 장관이 대통령에게 결과를 보고한 뒤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공포된다. 하지만 현재까지 법무부에는 사면심사위원회와 관련 어떤 지침도 전달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따라 교정당국 내부 회의와 사면심사위가 열리지 않은 상태에서 3일 국무회의에서 사면이 의결되기는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반면 어린이날인 5일 사면심사위가 열리고 6일 금요일에 국무회의를 소집하여 사면안을 통과시킬 수도 있지만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커지 않다는 것이 대체적인 청와대 내부 분위기다.

그동안 정치권에서는 이명박 전 대통령, 김경수 전 경남지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조국 전 법무장관의 부인 정경심 교수,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 등에 대한 사면이 거론됐다.

하지만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이들에 대한 사면에 부정적인 의견이 다수로 나타났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출입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그분들의 사면이 사법 정의를 보완할 수 있을지, 사법정의에 부딪힐지 판단하는 것은 전적으로 국민의 몫”이라며 “국민의 지지나 공감대가 판단 기준”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지난달 29일부터 이틀간 전국 만 18세 이상 1012명을 대상으로 사면 찬반 의견을 물은 결과, 이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한 찬성 응답은 40.4%, 반대는 51.7%로 집계됐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경우 사면 찬성 28.8%, 반대 56.9%로 반대 의견이 거의 2배에 달했다. 반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면에는 찬성 68.8%, 반대 23.5%로 찬성 의견이 3배에 육박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배우자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사면에는 찬성 30.5%, 반대 57.2%를 나타냈다. 이번 여론조사는 휴대전화 가상번호(안심번호)를 활용한 무선 자동응답 방식으로 실시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청와대에 3일로 예정된 국무회의 연기를 요청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반면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은 국무회의와 관련 “당의 의사가 (청와대에) 전달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연기 요청을 시사한 바 있다.

이홍구기자 red29@g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