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이(利)는 누구를 향해야 하는가?

민영인 (문화해설사)

2022-05-16     경남일보

 

조선시대에 집권과 실각에 따라 하루아침에 천당과 지옥이 뒤바뀌는 세상에서 뺏고 빼앗기는 것은 관직과 함께 한정된 토지였다. 정권만 잡으면 모든 관직과 부를 독점했는데, 작금의 민주주의 시대에도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이러다보니 정계는 오직 나와 적만 있는 이분법의 논리가 횡행한다. 안타깝게도 그때나 지금이나 붕당정치의 최대 피해자는 관료들이 아니라 오직 백성들뿐이다.

이중환의 택리지 ‘복거총론(卜居總論)’은 풍수사상과 함께 지리 생리 인심 산수 등을 논하며 사대부가 살만한 곳을 택하는 방법을 설명했다. 그런데 인심편에서 ‘대개 사대부가 사는 곳은 인심이 고약하지 않은 곳이 없다’고 꼬집었다. 그들은 당파를 만들어 죄 없는 자를 가두고, 권세를 부려서 힘없고 가난한 사람을 괴롭히기도 하기 때문이라 설명한다.

또한 이익의 ‘성호사설’, 이건창의 ‘당의통략(黨議通略)’ 등에서도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당쟁의 원인으로 경제적 이익을 꼽았다. 오로지 자신의 영달과 부의 축적을 위해서만 행동했다. 맹자 책을 펼치면 가장 첫 부분에 등장하는 문장이 ‘何必曰利(하필왈리)’이다. 맹자가 양나라 혜왕을 찾아갔더니, 대뜸 양혜왕이 말했다. “선생께서 천 리 길을 마다않고 오셨으니 장차 우리나라에 이로움이 있지 않겠습니까?” 그러자 맹자는 주저하지 않고 “왕께서는 하필 이익을 말하십니까? 오직 인의(仁義)가 있을 뿐입니다”라고 한 방 먹였다.

최근에 벌어진 인사청문회에서도 공방의 주요 원인은 크고 작든 불법과 편법에 관한 내용이었다. 특히 부동산투기 탈세탈루 위장전입 부모찬스 등 마치 ‘비리의 다이소’를 보는 것 같았다. 공정과 상식은 한낱 구호에 불과하다. 이러니 ‘관행’이란 핑계를 대며 큰 잘못은 아니라고 뻔뻔하게 우긴다. 소나기는 피하고 보자는 식으로, 조금 지나면 아무 일도 없었던 듯이 오히려 당당하기까지 하다. 우리 사회는 지금 실업, 빈부격차, 비정규직 문제 등 국민의 경제적 고통은 점점 가중되고 있다. 그런데도 그들은 자신의 이익 추구에만 몰두했었다. 공직자의 재산 신고와 전관예우로 받은 그들의 수입을 보면 서민들은 꿈에서도 상상할 수 없는 것이라 삶의 의욕마저 잃게 만든다.

맹자 시대에도 無恒産(무항산)이면 無恒心(무항심)이라 했다. 생활이 안정되지 않으면 바른 마음을 견지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군주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역할의 하나는 바로 백성들의 경제적 안정이라는 점을 명심해 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