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재남의 포엠산책 (76)피안 (이은림)

2022-05-22     경남일보
 

 



저 집들, 언제 강을 건너

저렇게 무덤처럼 웅크리고 앉았나

아무도 몰래 건너 가버린 저 산들은

어떻게 다시 또 데려오나

젖은 길만 골라가는 낡은 나룻배가

산과

나무들과 꽃들,

풀밭을 다 실어 나른 건가

남아있던 불빛마저 참방참방 뛰어서

저편으로 가는구나

환하다,

내가 없는 저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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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em산책……강의 건너편 기슭에는 사바세계가 존재할까요. 우리가 모르는 정토가 있기는 한 걸까요. 그리하여 이승의 번뇌를 해탈하여 니르바나에 이를 수 있을까요. 보려고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아무 생각도 없겠지요. 그저 눈만 뜨고 있을 뿐이겠지요. 그러나 우리 눈은 한곳에 머물지 않기에 어떤 것이든 흔적을 느낍니다. 저 집들은 누구도 알지 못하는 사이 강을 건너 무덤처럼 웅크리고 있고요. 저 산들은 또 어떻고요. 젖은 길만 골라가는 낡은 나룻배가 산과 나무와 들판과 꽃을 실어 나르는 광경은 이승의 것이 아니네요. 남아있는 불빛까지 뛰어서 저편으로 가는 게 환해서 슬픕니다. 나는 없고 너는 보이지 않은 저곳이 피안이라면 그래서 이미 미혹과 번뇌에서 벗어났다면 그것으로 다행이라 말해주어야겠지요. 생의 고단함을 잊고 부디 행복하시라 안부를 놓아야겠지요. 이 세상이 아닌 미지의 세계를 연상하면서, 보는 것이 아닌 느끼는 것에 정신을 맡겨봅니다. 고달픈 생을 건너는 이에게 조금의 위안이 되려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