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어처구니

정영효 (논설위원)

2022-05-23     경남일보
‘어처구니’라는 말이 있다. 국어사전에는 ‘상상 밖의 엄청나게 큰 물건이나 사람’이라고 정의돼 있다. 일반인들은 사전적 의미 보다는 주로 ‘맷돌을 돌리는 나무막대로 된 손잡이’라고 알고 있다. 드물게는 ‘바윗돌을 부수는 농기계의 쇠로 된 머리 부분’, ‘궁궐이나 성문 등의 기와 지붕에 있는 사람이나 갖가지 기묘한 동물 모양의 토우’라고 알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어처구니’라는 어휘가 독자적으로 쓰이는 경우가 좀처럼 없다. ‘없다’라는 어휘와 함께 ‘어처구니 없다’는 형태로 주로 쓰인다. 그런데 그 의미가 ‘어처구니’의 사전적 뜻과 완전히 별개다. ‘일어났거나, 겪었던 어떤 일에 대해 도저히 납득하거나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나 상태’를 일컬어 ‘어처구니 없다’고 표현한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지방선거 실태를 보면 정말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다. 경남에서 이번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 중 절반 정도가 전과자란다. 시장·군수 후보는 37%, 시·군의원 후보는 45%, 도의원 후보는 51%가 전과 기록을 갖고 있다. 전체 후보자의 46%, 즉, 후보 2명 중 1명이 전과자인 셈이다.

▶선출직 공직에는 역량 못지않게 높은 도덕성이 요구된다. 이처럼 많은 전과자들이 이번 선거에 출마했다는 자체가 어처구니 없다. 전과자들의 출마도 어처구니 없는데, 이러한 후보를 공천한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더 어처구니 없다. 국민의힘은 후보자의 45%가, 민주당은 후보자의 38%가 전과자다. 게다가 이러한 전과 후보를 옹호하거나 비호하는 국회의원과 정당이 더욱 더 어처구니 없다.
 
정영효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