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난타전 된 지방선거…‘풀뿌리 민주주의’ 실종 우려

2022-05-24     경남일보
6·1 지방선거가 공천 후유증 등으로 걱정스럽다. 지역 일꾼을 뽑는 지방선거가 과열 양상으로 치달으면서 난장판으로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정책보다 온갖 네거티브로 분탕질하는 추잡한 선거전이다. 지도자가 될 사람들이 서로 흠집내기 경쟁으로 관전이 민망한 수준이다. 정책대결은 실종된 채 서로 물고 물리는 헐뜯는 혈안의 폭로전이 춤추고 있다. 후보들간 고소는 물론, 고발까지 속출하고 있다.

지방선거 본연의 취지와는 달리, ‘대선 연장전’ 성격이 짙어지고 있다. 극심한 상호 비방전으로 공약 경쟁보다 ‘내편 네편’을 가르는 진영 논리만 판친다. 더불어민주당은 ‘견제론’에 국민의힘은 ‘국정동력 확보론’을 내세우는 것도, 중앙정치 이슈를 그대로 지방선거로 옮겨온 것이다. 지역 일꾼을 뽑는 게 아니라, 중앙정치의 ‘지역 대리인’을 뽑는 대결 구조로 되고 있다. 대선 직후 치러지는 지방선거라 ‘대선 연장전’ 성격을 띠면서, 극도의 갈등 상황을 연출하는 중앙정치가 그대로 투영된 것과도 관련이 깊다.

지역의 일꾼을 자처하고 나셨다면 최소한 지역발전 비전과 실현할 정책을 유권자들에게 상세히 제시, 검증받아야 하는 것이 유권자들에 대한 도덕적 의무이자 최소한의 예의다. 당선에 눈이 멀어 소중한 시간을 상대를 깎아내리는 독설로 채워서는 안 될 것이다. 특히 교육감 선거는 유독 깜깜이다. 공약은커녕 누가 후보인지 모르는 경우도 많다. 형식상 정치적 중립을 외치지만 현실은 중도·보수 대 전교조 연대 등 온갖 편법이 난무하는 저질적인 선거가 되고 있다. 다음 선거까지 국회는 꼭 보완 입법을 통해 교육감 직선제의 병폐를 바로잡기 바란다.

양당 구도가 극대화되면서 무투표 당선 지역도 속출한다. 여야 모두 영·호남권에선 아예 후보를 공천하지 않는 곳도 있어 텃밭에선 중앙에서 ‘임명’하는 꼴이 됐다. 남은 선거운동 기간만이라도 후보들은 주민 삶에 밀착하는 지역 정책으로 경쟁하길 당부드린다. 혼탁해진 선거판에서 옥석을 가려낼 수 있는 능력은 유권자들의 몫이다. 정책, 공약을 통해 비전을 제시, 정정당당하게 심판받길 채근한다. 난타전이 된 지방선거로 ‘풀뿌리민주주의’가 실종될까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