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사라져 가는 떡집

정재모 (논설위원)

2022-05-26     경남일보
떡과 밥은 둘 다 재료가 쌀이지만 맛은 전혀 다르다. 소금을 곁들여선지 떡은 쌀 양으로 따져 밥보다 훨씬 많이 먹힌다. 그렇다고 밥이 떡보다 못하다는 건 아니다. 늘 먹는 밥인지라 가끔 먹는 별식으로 떡이 좋은 거다. 하지만 떡은 장복하면 곧 물려 밥이 땡기게 마련인 게 우리네 식성이다. 어쨌거나 우리에게 떡은 밥에 버금하는 소중한 음식이랄 만하다.

▶신라 초기 왕호인 이사금은 떡과 관련이 있다. 남해왕이 죽을 때 아들 유리와 사위 석탈해 중 연장자가 왕이 되라 일렀다. 이에 둘은 떡을 깨물어 찍힌 잇금의 과다(寡多)로 연장자를 가려 유리가 먼저 왕이 되었다는 삼국사기 기록이다. 또 고구려 동천왕 조에 제사에 쓸 희생 돼지가 달아나자 주통의 후녀(后女)가 떡으로 유인해 그걸 잡았다고 적었다. 먼 삼국시대에도 떡을 해먹었던 거다.

▶쌀로 떡을 빚는 일은 사치였다. 명절 차례나 제사 때 바치는 걸로 봐서도 떡은 우리 민족에겐 좋은 것이었다. 명절처럼 특별한 기회 때의 관행이었던 공직 주변 ‘떡값’이란 속어도 좋은 거란 뜻에서 비롯됐을 테다. ‘떡’이 들어가는 숱한 속담이나 관용어도 의미상 대개 좋은 뜻의 말이다. ‘그림의 떡’ ‘자다가도 떡 생긴다’ ‘떡두꺼비 같은 사내아이’…….

▶이사떡 잔치떡 돌떡처럼 떡은 좋은 거라서 경사 때 이웃에 베푸는 인정이기도 했다. 그런 떡, 떡집이 차츰 사라지고 있다는 보도를 근래 종종 본다. 떡 소비가 줄고, 떡 돌리는 풍습도 쇠퇴했기 때문이란다. 세상이 맑아져 ‘떡값’ 관행이 차단된 탓이라면 그런가 보다 하련만, 코로나 사태가 낳은 전통소멸 현상의 하나라 하니 저으기 안타깝다.
 
정재모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