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임의 디카시 행진 67] ‘완벽한 타인’ (류연미 디카시마니아)

2022-05-26     경남일보



비스듬히 영역을 나누어
기댄 듯 침범한다

가까이 있어도 물들지 못하는
너는 적단풍, 나는 청단풍

-류연미 디카시, ‘완벽한 타인’

 

 

물까치 떼가 서식하는 숲에 까마귀 한 마리 날아들었다가 혼비백산 도망치는 것을 보았다.   까마귀는 물까치 두세 마리를 합친 크기이다. 그런 까마귀가 물까치 한 마리에게 속수무책으로 쫓겨갔다. 마치 개에게 쫓기는 황소처럼 믿기지 않을 광경이었다. 살아있는 것들에게 ‘영역’은 그만큼 부조리하다. 원래는 물까치 떼의 서식지가 아니라 까마귀들이 살았던 곳일지도 모르는 일.


  적과 청의 경계가 모호하다. 영역 ‘다툼’을 하는 것인지, 적과 청이 ‘눈 맞춤’하는 것인지, ‘밀당’을 하는 것인지 우리의 눈으로는 식별할 수 없다. 이상적인 관계는 ‘완벽한 타인’으로 존재하는 것이어야 하는지 모른다. 물까치와 까마귀는 같은 과라서 살벌한 다툼이 있다.(시인· 디카시 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