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찔레꽃가뭄

2022-06-01     경남일보
가수 장사익은 찔레꽃 향기는 너무 슬프다고 했다. ‘그래서 울었고/목 놓아 울었고/밤 새워 울었다’ 고 읊조리듯 노래했다. 심금을 울리는 구슬픈 가락이지만, 신나게 부르고 즐길 수 있어 ‘찔레꽃’은 국민가요 반열에 오를 수 있었을 게다. 지난 주말 산청 금포림에서는 3년 만에 장사익의 찔레꽃 음악회가 열려 염병에 지친 심신을 달래 주었다.

▶찔레꽃만큼 아리고 애틋한 향수에 젖게 하는 꽃이 또 있을까 싶다. 하얀 꽃 찔레꽃은 순박하고 별처럼 슬픈 꽃이며 달처럼 서러운 꽃이라는 노랫말도 함부로 나온 게 아님이 분명하다. 민초의 삶이 담겨진 애환이 서려 있음이다. 지천에 널린 꽃들이 많은데 유독 찔레꽃에 꽂힌 이유는 자명하다. 보릿고개를 넘겨야 하는 절박한 순간을 함께한 꽃이기 때문이다.

▶찔레꽃은 음력 5월 하얗게 핀다. 초근목피로 연명했던 보릿고개 무렵이다. 쌀은 떨어지고 보리는 나오지 않아 배곯던 시절 달짝지근한 찔레 순은 허기를 채워줬고 하얀 꽃은 위안을 주었다. 이 맘 때는 모내기철인데 비는 오지 않아 애간장을 더욱 타게 했다. 오죽했으면 모내기철이자 찔레꽃이 한창 필 무렵에 드는 가뭄을 ‘찔레꽃가뭄’이라 했을까.

▶아닌 게 아니라 요즘 찔레꽃가뭄이 심각하다. 경남지역 5월 한 달 강수량이 4㎜에 그쳤다. 올해 총 강수량도 206㎜에 불과해 농촌 들판이 타들어 가고 있다. 어렵게 물을 가두어 심었던 모도 가뭄으로 죽어가는 지경이다. 밀양 산불도 가뭄 탓이 크다. 하지 무렵 시작되는 장마만 목을 빼고 기다릴 일이 아닐 성 싶다. 한중기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