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갯잔디

한중기 (논설위원)

2022-06-08     경남일보
잔디에 대한 로망은 다들 하나 정도 갖고 있다. 큰 저택은 아니더라도 아담한 전원주택에 싱그러운 잔디밭을 가꾸어 가족과 어울려 소소한 일상을 보내는 꿈을 한번 쯤 가져보게 된다. 주말 골퍼라면 사계절 그린을 뒤덮은 양탄자 같은 필드를 거닐며 최고의 샷을 날리는 상상을 해 볼 수도 있겠다. 잔디에 대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환상이다.

▶잔디는 이제 로망을 넘어 열섬현상을 환화하는 피복식물이자, 이산화탄소 흡수원으로 주목받아 기후위기를 극복할 총아로 부상하고 있다. 250㎡(16m×16m) 넓이의 잔디운동장은 승용차가 1년 동안 내뿜는 이산화탄소 3000㎏을 흡수할 정도라 한다. 광합성을 하면서 증산작용으로 주위 온도를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잔디수요가 늘어나면서 잔디산업은 세계적으로 80조원의 시장규모를 갖고 있다. 우리나라는 1조 3000억원 규모지만, 생산되는 잔디는 1000억원대 정도다. 전체 수요량의 8%에 불과하고 종자도 90% 이상 수입한다. 하지만 수입 잔디는 한지형이어서 무더운 여름철에는 물러빠져 자생 난지형 잔디 육성이 절실하다.

▶광포만의 갯잔디가 대안으로 주목받아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니 반갑다. 광포만에는 1만평 이상의 국내 최대 갯잔디 군락이 있다. 그동안 쓸모없는 잔디로 버림받다시피 했던 갯잔디를 국립산림과학원이 한국 잔디의 단점은 보완하고, 장점을 부각한 신품종 잔디로 육종한단다. 광포만 갯잔디가 모두의 로망을 실현시켜주는 생태자원이 되길 기대해 본다.
 
한중기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