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6월 10일의 의미

정영효 (논설위원)

2022-06-09     경남일보
오늘(6월 10일)은 우리나라 근대사적으로도, 현대사적으로도 매우 의미가 깊은 날이다. 우리나라 역사에서 큰 획이 두번이나 그어진 날이기 때문이다. 일제강점기였던 1926년 이날은 점차 사그라들던 민족독립운동의 기운을 재점화시킨 날이다. 신군부 독재정권 시절인 1987년 이날은 대한민국 민주화 쟁취의 기폭제가 된 날이다.

▶1919년 3·1운동 이후 국내외 각지에서는 민족독립운동이 싹텄다. 그러나 이후 미국이나 서구열강의 소극적 원조와 일제의 교묘한 술책과 탄압에 점차 힘을 잃어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1926년 6월 10일 순종의 인산일에 학생들이 ‘조선독립만세’를 부르고 항일운동을 벌였다. 6·10만세운동이다. 이날을 계기로 침체된 항일의지가 다시 고취됐고, 민족독립운동은 새로운 활기를 찾았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독립할 수 있었다.

▶전두환 정권이 1987년 4·13 호헌조치를 단행하며 장기집권을 도모하자, 국민들의 민주화 요구가 거세게 일었다. 그해 6월 10일 학생과 시민들은 경찰의 원천봉쇄에도 ‘박종철군 고문치사 조작, 은폐 규탄 및 호헌철폐 국민대회’, 즉, 민주화 쟁취 시민항쟁을 벌였다. 6·10민주항쟁이다. 이 항쟁을 통해 전두환 정권의 장기집권 의도는 저지됐고, 대한민국의 민주화는 앞당겨졌다.

▶그리고 오늘 이날을 맞았다. 지금 대한민국이 존재할 수 있는 것은 민족독립열사와 민주열사의 희생 덕분이다. 전국 곳곳에서 만세운동과 민주항쟁의 의미를 되새기는 다양한 행사가 열리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는 열사들의 숭고한 뜻을 제대로 받들고 있는 지 부끄러움이 앞선다.
 
정영효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