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임의 디카시 행진 69] 호텔 순천만 (남길순 시인)

2022-06-09     경남일보


너는 가능하면 지구에 없는 곳을 가보고 싶다고 한다

중력이 없어도 무너지지 않는 세계를

구름은 구름 위를 맴돌고

흑두루미 소리가 꿈속을 날아다닌다

문을 열어주자 동그라미 하나가 동그라미 속으로 들어온다



-남길순 시인 ‘호텔 순천만’



그런가 보다. 못의 수련이 만으로 가면 저렇게 되나 보다. 그러니까 수련이 ‘호텔 만’에 투숙한 것이라 하는 게 맞겠다. 연못에 한 잎 한 잎 투숙하던 수련은 성수기가 되면 초만원을 이루는 것이다. 대개는 북적이는 못에서 꽃을 피우고 일가를 이루다 생을 마감하지만, 연못이 아닌 곳에 가고 싶은 더러의 수련들은 순천만을 찾았으리라.

둥근 만, 둥근 호텔, 둥근 수련잎, 둥근 것들은 중력이 없어도 무너지지 않는 세계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순천만이 보여주고 시인은 그것을 읽어낸 것이렷다. 그러므로 저곳은 분명 지구가 아니다. 시인이 발견한 세계다. (시인·디카시 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