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임의 디카시 행진 71] ‘시간의 길이’ (조현석 시인)

2022-06-23     경남일보




좌악좌악 좌악좌악지상으로 하염없이 내리쏟아지는빗줄기 듣고, 보고 있다가늘게 나누어지는 시원한 시간끝없이 떨어져 흘러간다


-조현석 시인의 ‘시간의 길이’



그렇다. 시간은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어야 한다. 암탉의 품에서 자라는 병아리의 시간, 밤 무논에서 들리는 개구리들의 떼창, 6월에서 7월로 가는 녹음, 모두 시간의 모습이다. 일정한 시간이 그것들을 키운다. 길이가 된다.

그러나 보고 들을 수 있는 것을 길이라 했지만, 잡을 수 없다. 흘러가 버린다. 시인은 저 빗줄기를 보면서 무엇을 감각하고 싶었을까. 시인의 삶은 어디까지 흘러간 것일까. 중년? 장년? 어디서부터 삶의 길이를 놓치고 빗줄기에 붙들렸을까. 병아리는 커서 닭이 되고 개구리의 떼창은 그칠 때가 오겠지만, 한때의 삶이 보이지 않는 곳, 잡을 수 없는 곳으로 가버렸음이니. 모두는 그것을 일러 젊음이라 한다 했다.(시인 · 두원공대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