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강홍의 경일시단]껍데기론(양재성)

2022-06-26     경남일보
누군가 그랬다 껍데기는 가라고
알맹이만 남으란 말씀이신지
애초 껍데기가 없는 알맹이가 어디 있으랴

가을걷이를 하다보면
알맹이보다 껍데기가 많기도 하거늘
모진 계절일수록 껍데기는 두꺼워지는 법

소라게의 꿈은
단단한 고둥 껍데기를 갖는 것
더는 껍질을 껍데기라 홀대치 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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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찬 알맹이를 위하여 껍질의 보호본능은 그 고단함이 이를 때 없다,

생장의 전 과정에 외풍을 감당해야 하고 일사를 견디고 부단한 침입자에 강단으로 버티는 노고는 오직 조건 없는 자기희생이다.

한 움큼 바람에 휩쓸려 다니는 마른 껍질도 한 때는 사명에 충실했고

조직과 환경을 위하여 몫을 다 했을 것이라는 항변 같은 시가 가슴에 아려오는 건, 이미 퇴화를 시작한 시대의 사람들의 공감대적 염려로 눈에 밟힌다.

바람에 몰린 껍데기들처럼 세풍에 밀려 구석에 서성대는 일상이 함부로 대입되는 건, 자기기준에 상상의 지나침일까. 아직은 이라는 강변의 소환일까.



주강홍 경남시인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