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 초심

정재모 (논설위원)

2022-06-30     경남일보
지역 발전에 이 한 몸 바치겠습니다. 기필코 책무 다하겠습니다. 일하다가 쓰러진다는 각오로 주민의 뜻을 받들어 모시겠습니다. 무거운 책임감을 느낍니다. 정직하겠습니다. 겸손하겠습니다. 먼저도 공, 나중도 공,‘선공후공(先公後公)’정신 잊지 않겠습니다.

▶당선자들의 각오는 아름답고 믿음직하다. 처음 먹은 마음들은 순수한 감정이고 다짐일 게다. 그 초심들은 대개 취임사에까지 어김없이 이어진다. 저들 초심대로라면 어언 30년을 헤아리는 우리 풀뿌리민주주의는 이미 선진국 수준으로 활짝 꽃피었을 것이다. 하지만 선량들이 초심대로 청아한 봉사자세를 견지하다 아름답게 물러나는 뒷모습 보는 건 참으로 어려웠다.

▶교만은 청하지 않더라도 부귀를 따라 온다고 했던가. 선거에 이겨 떠받듦 받는 귀한 신분이 되면 대개 재빨리 달라지는 모습을 흔히 보아왔다. 높아진 지위에 권력이 따르게 되면 곧잘 허물어지는 게 선량들의 초심이었다. 지위 높은 분들의 언행일치란 참 힘든 일인가도 싶다.

▶오늘 민선 8기 지방자치가 출범한다. 광역과 기초단체장들이 일제히 취임식을 갖고 업무를 시작할 것이다. 취임하는 단체장들이 더도 덜도 말고 자신들이 외친 초심 지켜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옛 사람의 글처럼 근심은 남보다 먼저하고 즐기는 일은 맨 나중에 하는 사람이 되어주면 좋겠다. 무엇보다 그 초심 잃지 말고, 사사롭고 찌질한 욕심부리다가 추한 이름 펄럭이지 않기를 기원한다.
 
정재모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