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누리호 발사를 바라보며

이병만 (은하수초등학교장)

2022-07-11     경남일보
 


우리 독자 기술로 만든 ‘누리호’ 발사 성공으로 한국이 세계 7번째 위성국이 됐다. 15분 46초, 누리호의 비행은 짧은 순간이었지만 그 성공 뒤에는 1조 9600억원의 예산과 12년 3개월간 인고했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250명의 연구원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누리호에 들어가는 초소형 큐브위성은 카이스트 등 4곳의 대학원생들이 만들어냈다. 이들은 중학생이었던 2013년 나로호 발사를 보고 항공우주공학자의 꿈을 키워왔다고 한다. 나로호가 키운 누리호의 인재들, 이들을 보고 자라날 또 다른 성공의 주역들은 지금 전국 각지의 초·중교에 다니고 있다.

새정부가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육교부금)제도 개편 방침을 밝혔다. 교육교부금은 균형 있는 교육발전을 위해 내국세의 20.79%와 교육세의 일부를 시·도교육청에 교부하는 제도로, 유·초·중등 학교 등의 설치·경영에 쓰인다. 그런데 교육교부금의 용처를 대학까지 넓히겠다는 것이다. 고등교육에 교부금을 떼어주는 등 유·초·중등 교육예산을 축소할 경우 이는 학생들에게 투입되는 예산이 바로 축소되는 것이다. 최근 2년간 경남도교육청의 세출예산안을 살펴보면 인건비·학교기본운영비 등 경직성 경비가 2022년 65.5%, 2021년 72.5% 등 평균 69%가 정해진 용처에 쓰이고 있다. 시 도교육청 예산의 대부분은 교육재정이 감소해도 줄일 수 없는 경직성 경비로서, 교육교부금의 축소는 곧 학생 교육활동 재원의 감소로 이어진다. 학생 수가 줄어 교육재정도 줄여야 한다는 기재부의 논리대로라면 군인 수가 감소하니 국방비를 줄여야 하고, 인구가 감소하니 국가재정 규모도 줄여야 한다는 주장도 가능하다. 학생수 감소에 따른 교부금 축소라는 주장은 현재의 교육이 최적의 상태라는 가정 하에 누적된 투자결손분과 미래교육 수요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고등교육재정의 어려움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하석상대(下石上臺)하는 임시방편이 아닌 고등교육재정지원특별법을 제정하여 고등교육세를 신설하는 등 다른 방안을 강구해야한다. 유·초·중등 교육재정은 비용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투자이다. 발사체 사업처럼 교육도 마찬가지다. 교육이란 당장에 효과나 성과가 나타나기도 하지만 미래에 대한 투자이다. 날로 증대되는 돌봄과 방과후학교 수요, SW·AI 교육, 디지털 인재 양성 인프라 구축 등으로 학생들에게 양질의 교육서비스를 제공하려면 현재 수준의 교육재정이 유지돼야 할 것이다. 예산과 성과만을 앞세운다면 오늘날 누리호도 우리나라의 미래도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