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물처럼 아이들처럼 갈대처럼…

김태은 (약사)

2022-07-14     경남일보


이래저래 삶이 참 팍팍한 시간이다. 생각보다 길어지는 코로나19로 삶에 여러 가지 제한 속에 살고 있다. 사람을 가까이 하는 일이 완전히 유쾌하지 못하는 세상.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도, 여행을 떠나는 것도, 무엇보다 가족을 만나는 것도 자유롭지 못하다. 하고 싶어 하는 일을 못하니 스트레스는 쌓여간다. 더욱이 요즘은 물가가 계속 오르는 등 서민경제도 녹록지 않다.

코로나19의 위험성이 낮아져 이제 일생회복이 이뤄지나 했더니, 재확산의 시작이라고 한다. 긴장이 완화되다 다시 강화되니 더 화가 난다. 불평불만이 늘어가는 세상이다. 이 팍팍한 생활 속에서 사람들과의 관계도 각박해져간다. 손해 보지 않아야 하고, 다른 사람들 보다 뒤쳐지지 않아야 한다. 내 것과 네 것의 구분이 명확한 세상이다. 참 힘들어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아이들은 행복하다. 맛있는 음식에 행복하고, 유치원 학교에 가지 못해 아쉽다가도 다시 만날 수 있는 친구들이 반갑다. 실외에서는 마스크를 벗을 수 있으니, 친구들과 놀이터에서는 예전처럼 뛰어 놀 수 있어 감사하다. 더운 여름, 땀을 뻘뻘 흘리며 뛰어 놀아도 날씨를 탓하지 않는다. 아이들은 순리대로 살아가고 있다. 크게 애쓰고, 거스르지 않으면서….

상선약수,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는 말로 노자의 핵심사상이다. 신영복 선생님은 ‘강의’라는 책에서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는 생명의 근원이고, 무리를 주지 않고 다투지 않고 자연스러우며 사람이 싫어하는 가장 낮은 곳, 비천하고 소외되고 억압받는 곳에 존재 하는 의미로 해석한다. 최고의 선이 물이라는 얘기다.

고전이 현대에서 완전히 적용될 수 있을까 할 수도 있겠지만, 현재와 계속 소통하며 또 지금을 만들어가는 지혜가 될 것이다. 마이클싱어는 저서 ‘될 일은 된다’에서 자기 삶의 흐름을 따라 대가를 바라지 않고 열정을 쏟아 부어 성공을 이뤘다고 했다. 억지로 애쓰지 않고, 주변 환경에 따라 상황이 이끄는 대로 살았더니 성공했다고 한다. 열정을 쏟아 노력은 했지만 애써서 환경을 삶의 방향을 바꾸려 하진 않았다. 그러다 보니 성공에 닿았다고….

갈대는 바람이 불어도 부러지지 않는다. 바람의 흐름에 몸을 맡기고 자연스럽게 바람을 탈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아는 나무는 큰 나무에 저항하면 결국 부러지고 만다. 세상의 흐름에, 상황에, 변화에 강하게 반하여 애쓰기보다 아이들처럼, 갈대처럼, 물처럼 자연스럽게 살아야겠다고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