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신냉전시대

정영효 (논설위원)

2022-07-18     경남일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국제 질서가 심상찮다. 미국·유럽 등 서방 세력과 중국·러시아 등 반서방세력 간에 흐르는 대립·갈등의 냉전 기류가 증폭된다. 과거 미국과 소련 간에 불었던 냉전 기류와는 그 결이 다르다. 한쪽이 불리하게 된다면 최소한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 핵 사용도 마다하지 않을 위험한 기류다.

▶통상 1947년부터 1991년 소련 해체 이전까지 미국과 소련 간에 대립했던 시기를 냉전시대라 한다. 1991년 소련 해체와 사회주의권의 몰락으로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대립이 종결되면서 그 이후에 나타난 국제 질서를 탈냉전시대라고 부른다. 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 병합과 내전 개입 등으로 미국과 러시아·중국 간에 긴장이 고조된 2014년 이후부터는 신냉전시대라 할 수 있다.

▶지금의 국제 질서를 보면 절대패권국의 지위를 놓치지 않으려고 하는 미국, 과거 소련의 영광을 재현하려는 러시아, 급속한 경제 성장을 기반으로 패권국으로 발돋움하고자 하는 중국 간에 패권 다툼이 치열하다. 여기에 유럽까지 패권 다툼에 뛰어든 상태다. 신냉전의 기류가 확대, 재생산되기에 더 두렵고 불안하다.

▶냉전시대에는 미·소 초강대국이 직접적인 군사적 충돌을 하지 않고, 국지전 양상으로 대리전만 했을 뿐이다. 그런데 신냉전시대에는 미국·유럽과 중국·러시아가 군사적 충돌뿐 아니라 경제적 충돌까지 하고 있다. 이들 국가 간에 흐르는 긴장감이 팽팽하다 못해 일촉즉발이다. 격화된 신냉전이 우리의 삶을 파괴하고 있다. 무서운 신냉전시대다.
 
정영효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