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대나무꽃

한중기 (논설위원)

2022-07-20     경남일보
대나무는 ‘풀’이면서도 ‘나무’ 대접을 받는다. 워낙 크게 자라면서 목질이 단단하고 강해서다. 나무로 분류되려면 단단한 목질부와 부피생장 두 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하지만 대나무는 부피생장 없이 위로 자란다. 속이 비었으니 나이테가 있을 수 없고 마디로 자라는 풀인데도 수명은 50 ~100년 정도로 길다.

▶민초들과 삶을 함께 해온 대나무는 신이 내린 선물이다. 초근목피로 연명해야 할 시기에는 죽순이 되어 식량이었고 요즘 같은 여름철엔 죽부인, 추위가 닥치면 땔감으로 변신했다. 그릇이나 물통, 술, 차, 장신구로 거듭났다가 전쟁이 터지면 죽창 같은 무기로 변신했고 죽간이 되어 역사를 기록으로 남기기도 한 고마운 존재다.

▶대쪽 같은 선비의 상징이던 대나무가 이산화탄소 흡수에도 탁월한 능력이 있다니 ‘정화수’가 따로 없다. 일반 나무 4배에 달하는 헥타르 당 연간 30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단다. 대나무가 기후 위기 시대에 다시 주목받고 있다. 산림과학원이 대나무 꽃 개화와 집단 고사의 연관성 조사에 나섰다.

▶사천 하동 밀양 등지의 대나무 숲을 조사했더니 32곳에서 꽃이 피면서 고사가 진행 중이고 17곳은 이미 집단 고사된 상태였다. 양분부족인지, 동해나 봄 가뭄 등 기후변화인지 연구한다. 대나무꽃의 개화는 길조로 여겨지지만, 꽃이 피고 나면 대나무는 죽는다니 자연의 섭리인지 지켜볼 일이다.
 
한중기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