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팽나무

한중기 (논설위원)

2022-07-27     경남일보
불볕더위가 맹위를 떨치는 삼복날 노거수 그늘은 최고의 쉼터다. 시원한 수박 한 통 나눠 먹고는 우렁찬 매미 소리 벗 삼아 오수를 즐길 수 있다면 금상첨화. 마을 어귀 어디쯤에 어김없이 버티고 선 노거수는 대부분 팽나무나 푸조나무 같은 포구나무다. 이 땅의 큰 나무는 민초들의 역사나 다름없어 스토리텔링도 다양하다.

▶당산나무의 대표 격인 팽나무는 이름부터 흥미롭다. 팽나무는 팽목, 박수(朴樹)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이삭이 패다’ ‘꽃이 피다’가 어원이 되어 다산과 풍요, 안녕을 상징하는 나무다. 박수(朴樹)는 점(卜)을 치는 사람의 나무(木) 또는 신령스런 나무라는 뜻이다. ‘박수무당’이 당산나무 아래서 굿을 하는 남자 무당이니 팽나무가 신목인 셈이다.

▶자폐 스펙트럼 변호사의 성장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등장하는 창원 동부마을의 팽나무가 전국의 관광객들이 찾는 명물이 됐다. 수령 500년 평생 처음일터. 높이가 16m, 가슴높이 둘레 6.8m, 수관폭은 27m 정도다. 낙동강을 내려다보는 마을 산정에 서 있는 전형적인 당산나무랄 수 있다.

▶문화재청은 최근 ‘우영우 팽나무’의 문화재적 가치를 판단하기 위해 천연기념물 지정조사에 나섰다. 드라마의 인기로 팽나무 자체로 화제가 된 데다 수령뿐만 아니라 당산나무로서 마을 사람들과 함께 해 온 역사성을 볼 때 문화재적 가치가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산소공장 노거수가 기후변화로 고통 받고 있으니 이제 우리가 보살펴야 되지 않겠나 싶다.
 
한중기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