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민중의 지팡이

조구호 경상국립대학교 강사

2022-07-31     경남일보
 


경찰을 ‘민중의 지팡이’라고 한다. 지팡이는 노인이나 불편한 사람들이 길을 걸어갈 때 넘어지거나 다치지 않고 편안하게 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도구인데, 경찰이 민중에게 그런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찰의 복무규정에도 국민의 생명과 재산, 그리고 안전을 보호 하는 것이 임무로 되어 있어 민중의 지팡이 역할은 경찰의 임무이기도 하다.

그런데 최근 민중의 지팡이인 경찰이 어수선하다. 행안부 내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는 경찰들과 정부 사이의 대립 때문이다. 이상민 행안부장관은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는 경찰들의 행동을 쿠데타라고 했고,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에 대한 경찰 내 반발 상황에 대해 “그동안의 경찰은 민중의 지팡이였나, 권력의 지팡이였나” 라며 비판했다. 권성동 대표의 비판에 대해 경찰은 불만이 많겠지만, 감수해야 할 부분도 없지 않다.

부천경찰서 성고문사건,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을 비롯한 적지 않은 일들은 경찰의 어두운 면이다. 당시 엄혹한 군사정권에서 경찰이 민중의 지팡이 역할을 하기에는 역부족이었겠지만, 그렇다고 경찰의 잘못이 감소되거나 없어지지는 않는다. 어려운 상황일수록 더욱 정의롭게 행동하기를 바라는 것이 국민들의 마음인 것이다. 그리고 지난해 11월 인천시 서창동 층간소음 흉기난동사건 등에서 보인 경찰들의 행태는 비난을 받을 일이었다. 흉기를 휘두르는 범죄자를 제압하려고 하지 않고 현장에서 도망치는 경찰의 모습은 실망을 넘어 분노를 자아내게 했다.

그렇지만 경찰은 국민의 지팡이 역할을 해왔고, 그것은 현재도 그러하다. 국민들이 편안하게 밤잠을 자고, 도로에서 차량을 안전하게 운행할 수 있고, 거리를 자유롭게 다니고 활동할 수 있는 것 등 국민들의 생활과 관련된 모든 것들을 안전하게 지켜주는 것이 경찰이다. 경찰은 국민들의 생활을 지켜주는 보루이자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길잡인 것이다.

경찰이 흔들리면 국민의 생활이 보장되지 않는다. 정부의 가장 중요한 임무가 국민의 안전과 생활을 보장하는 것이다. 정부는 경찰을 통제하려고 하기 보다는 경찰이 국민의 지팡이 역할을 잘 할 수 있게 도와주어야 한다. 같은 일도 주위에서 도와주고 칭찬하면 더 잘하게 된다. 그리고 경찰도 본연의 임무인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지팡이 역할에 충실해야지 과도한 단체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 국민들은 어려운 상황일수록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고 더욱 정의롭게 행동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것은 경찰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