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에서]포노 사피엔스(phono sapiens) 시대

허미선 시인·교사

2022-08-08     경남일보


한더위가 시작되어 몸을 움직여 무언가 하고 있노라면 땀방울이 뚝 떨어진다. 방학은 교사나 아이들이 재충전할 수 있는 배려이며 선물이다. 틈틈이 원격연수를 하고 기초가 부족한 아이의 보충지도 및 생활지도 등으로 학교에 나가기도 하지만 방학이라 참 좋다.

몸은 학교를 떠나 있는 시간이 많지만 문득 문득 한 학기를 되짚어보게 되고 특히 생활지도로 어려움을 겪었던 아이의 모습이 많이 떠오른다. 뜻대로 안 되면 원만한 관계를 맺지 못하고 친구들을 힘들게 하던 그 아이는 늘 “제가 화나게 하잖아요!”라는 말을 했었다. 방학을 보내며 좀 더 마음의 폭이 넓어졌으면 좋겠다. 세상이라는 바다에 나가 자유롭게 살자면 둥글둥글한 마음이 필요하다.

어쩌면 방학 동안 가정에서는 학교에서 교우관계로 행하던 생활지도를 핸드폰이나 컴퓨터 등 디지털기기의 사용문제로 지도하고 계실지 모른다. 무조건 안 된다고 하기엔 시대의 변화를 읽지 못하는 일이 된다. 아이들이 자라서 성인이 되는 시대를 생각해 본다면 디지털 문명에 대한 경험이 아주 중요할 것이라는 예측을 할 수 있다. 아이들에게 있어 핸드폰이나 컴퓨터는 게임이나 시간을 낭비 하는 도구라고 견해도 있지만 그런 역기능적인 측면에 대한 대비책을 찾아서 자녀와 조율하여 지혜로운 합의를 만들어 내는 일 또한 중요하다.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작금의 인류를 ‘포노 사피엔스’라 했다. 이는 지혜가 있는 인간을 ‘호모 사피엔스’라고 했듯이 지혜가 있는 폰(phone)을 쓰는 인간이라 빗대어 부른 말이라고 한다. 사전적 의미로 보면 포노 사피엔스는 스마트폰과 호모 사피엔스(인류)의 합성어로, 휴대폰을 신체의 일부처럼 사용하는 새로운 세대를 뜻한다고 한다. TV 한 대로 한 채널을 보면서 가족이 오순도순 얘기를 나누기 보다는 각자의 손에 원하는 기능이 있는 핸드폰을 쥐고 있는 모습이 벌써 익숙한 풍경이 되고 있다.

아이들이 자라는 시대는 폰(phone)에서 지혜를 찾을 수도 있고 폰(phone)으로 디지털 문명을 만들 수도 있어야 한다. 문명이란 사람을 헤아리는 마음에서 출발한다. 따라서 디지털 문명도 사람에 대한 세심한 배려와 공감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그렇기에 이 시대 또한 인문학적 소양과 감성교육이 아주 중요하다. 이를 바탕으로 사람의 마음을 읽고 감성을 더해 기술로 융합할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