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임의 디카시 행진 78] 바람개비 (김정옥)

2022-08-11     경남일보


오리야 시원하지

저 미련한 놈

너 같으면 시원하겠냐

-김정옥(전남 광주), ‘바람개비’



좋은 일을 하고도 칭찬은커녕 박수받지 못하거나 외려 욕먹을 때가 있다. 대개는 시중을 가리지 못한 데서 오는 일이다. 좋고 옳은 일을 하되 나의 사심과 연관되지 않아야 하는 일을 ‘중용’이라 한다면, 그 좋고 옳은 일을 할 ‘때’를 잘 가려 행하는 것을 ‘시중’이라 한다. 이랬다저랬다 하는 실없는 사람이나 줏대 없이 칭얼거리는 어린아이를 어른들은 중정 머리가 없다고 했던 의미와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8월 둘째 주 내내 80년 만의 폭우를 만나 서울을 포함해 곳곳이 산사태가 나고 물바다가 되었다. ‘높은 데 사시지’ ‘잠자다 피하지 못했나 보다’ 대체 주거지 마련의 어려움과 서울에 살기 위해 불가피하게 반지하를 선택하는 시민들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 없이 ‘서울시에 반지하 주택을 없애겠다’라는 식의 말을 하는 수장들을 보면서 욕이 절로 나왔다. ‘저 미련한 놈’ ‘너 같으면 위로가 되겠냐’ (시인·디카시 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