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임의 디카시 행진 79] 착시(조규춘)

2022-08-18     경남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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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조규춘 시인 ‘착시’



누우떼는 조상들이 움직이던 경로를 따라서만 집단 이동한다. 어느 시기엔 그 경로가 더 위험할 수도 있고 어느 땐 좀 더 수월할 수도 있을 것이다. 기후 변화로 인한 강수량을 예측할 수 없을 것임에도 누우떼는 조상들로부터 습득해온 그 경로로만 이동한다. 길 그 자체를 믿으며 그 믿음을 집단화하고 세대화 한다.

 연잎 중앙에는 물방울이 달린 게 아니라 고인 것이다. 내게는 저 물방울이 매달린 것으로 보인다. 있는 그대로가 아니라 보이는 대로 본 탓이다. 어젯밤 관광지 노천에서 흘러간 노래를 부르는 광대 분장의 나이 먹은 여인을 보았다. 끌끌 혀를 차려다 이내 나를 나무랐다. 본다는 것의 불완전성은 얼마나 위험한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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