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전어(錢魚)

변옥윤 (논설위원)

2022-08-18     경남일보
‘깨가 서말’아라는 전어의 금어기는 5월1일부터 7월15일까지이다. 금어기가 풀리자 우리고장 삼천포와 하동 등에선 잇달아 전어축제가 열리고 있다. 올해는 특히 고수온으로 일찍 어장이 형성돼 그 고소하고 담백한 맛을 즐기려는 미식가들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가을 전어가 기름지고 살이 올라 구이용으로 제격이라면 요즘의 전어는 담백하고 뼈가 연해 횟감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한 때 활어로 1kg에 4만원을 호가하기도 했으나 요즘은 2만원선으로 안정적이다. 구이는 10마리에 1만2천원선이면 즐길 수 있다고 한다. 다만 기상조건에 따라 값이 천차만별, 물량이 들쑥날쑥이라 미리 정보망을 검색해야 하는 불편이 있기는 하다.

▶유류비와 인건비의 상승으로 조업을 포기하는 어선이 늘어난 것도 공급물량의 불안정을 부추기는 원인이다. 수지타산을 맞출 만큼의 어획량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고등어, 전갱어와 함께 대표적인 서민생선이던 전어가 어느새 귀한 고급어종이 되어 버렸다.

▶이런 와중에 대형마트들이 전어를 매개로 한 이벤트를 기획, 물량을 싹쓸이하는 바람에 재래시장에서는 전어를 구경하기 힘든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전어물류네트워크를 조성, 서해산 전어의 70%이상을 독점했다는 것이다. 마리당 1천원으로 ‘햇전어 축제’를 벌여 고객유치에 나서고 있다. 전어가 귀하니 당연히 몸값이 오를 수 밖에 없다. 집집마다 전어 굽는 냄새로 미각을 자극했던 시절이 그립다. 자산어보의 전어(箭魚)가 이제는 전어(錢魚)가 됐다.
 
변옥윤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