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강홍의 경일시단] 우란분절[盂蘭盆節] (주강홍)

2022-08-21     경남일보
향을 사르고

안개의 바다에

파도가 섬 하나를 밀어 올렸네

섬이 섬을 불러 모아 이내 모두 섬들이 되었네

깊이를 모르는 바다는 기억의 해구海溝에

원근법을 무시한 빼꼭한 섬들로 채우네.

뚜렷하였다가 이내 지워지는 사유의 경계

분별은 저마다 사연들의 앙금을 휘저어 보네

탱탱한 낚싯줄에 퍼덕이는 것들이 손끝에 닿네

사금파리처럼 명징한 것들과

해어진 주머니에 흘린 것들이 두서없이 걸려드네

호명하여 모서리를 닦아 주며 이내 모서리가 되네

침묵은 단단하여

피는 붉지 못하지만

아픔의 통증은 정수리에 꽂히네

매듭은 더 이상 풀리지 않고

또 한결 매듭으로 두어야 하네

섬들의 무릎은 언제나 젖어 있지

그러나 가지는 바람을 걸어두지 못하네

돋아나는 건 뿌리가 있어

향을 사르고 섬 하나로 또 밀려나네

만조의 바다에 흠뻑 젖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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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노트) 우란분절은 백중이라고 하기도 하며 특정 종교가 사후의 명복을 구하는 의식을 행하는 날이다. 음력으로 7월 15일이니 올해는 양력으로 8월 12일이다. 승(僧)들이 정진하는 하안거가 끝나는 날이기도 해 영적 소통이 정갈한 날이기도 하다. 목련존자로부터 시작되는 이 구원 의식은 부모든 주변인이든 기려야 할 사람들을 평소보다 더 간절히 기리고 새기라고 만든 날인 것 같다.

기억을 더욱 가다듬고 감사와 아쉬움을 보태는 과정에서 옛 윤곽은 섬처럼 드러나기도 하고 촘촘히 모였다가 안개 속으로 지워지기도 했다. 자책감이 눈을 적시게 했고 치열한 자기변명도 따랐다. 매듭을 묶고 풀면서 차마 상처를 헤집어 새 피를 흘리는 아픔을 시 한 편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안갯 속을 헤매었다. 경계의 안팎을 넘나드는 그런 날이었다.

주강홍 경남시인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