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소설가 김인배

조구호 (경상국립대학교 강사)

2022-08-28     경남일보


김인배 소설가는 사천에서 태어났으나 생의 대부분을 진주에서 보냈다. 삼현여고 교사로 근무하면서 오랫동안 학생들을 가르쳤고, 창신대학과 진주교육대학교에서도 후학들을 가르쳤다. 그러다가 암이 급속하게 진행되어 2019년 1월 72세의 일기로 작고했다.

김인배 소설가는 진주에 거주하며 작품 활동을 했지만, 작품 수준은 서울에서도 높이 평가를 받았고, 신작이 나올 때마다 중앙 문단에서도 주목했다. 그렇지만 정작 진주에서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문학보다 더 자극적이고 흥미로운 일들이 많았고, 자기가 살고 있는 고장보다는 서울에 더 이목이 쏠리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김인배 소설가는 작품 활동의 초기부터 인간의 근원적 불안과 존재의 의미를 탐구하려고 했다. 데뷔작 ‘방울뱀’(1975년)에서부터 삶의 본질과 가치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여 심사위원으로부터 ‘대기(大器)의 가능성을 숨겨온 신인’이라는 호평을 받았고, 1982년에 발표한 ‘물목’ 현대문학·12월호)은 비평가들의 찬사를 받아 ‘올해의 문제 작가’로 선정되기도 했다. 첫 작품집 ‘하늘 궁전’(1987년)에서는 인간의 근원적 불안과 고민을 그려 문단의 주목을 받았고, 작품집 ‘후박나무 밑의 사랑’(1992년)에서는 개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관계 맺고 관계 속에서 굴러가는 삶과 존재의 의미에 대한 문제를 천착했다. 소설집 ‘비형랑의 낮과 밤’(2008년)에서는 인간의 욕망과 인간 존재의 본질에 대해 조명하고자 했고, 2012년에 낸 장편소설 ‘바람의 끝자락을 보았는가’는 인간의 삶을 지배하는 요소 중의 하나인 기억의 문제를 다루었다. 2015년에 출간한 역사소설 ‘오동나무 꽃 진 자리’는 임진왜란 벽두에 일어난 김해성 전투를 탁월하게 서술하여 임진왜란 의병사를 재인식하게 하였다. 그리고 2018년에 간행한 마지막 작품 ‘열린 문, 닫힌 문’은 작가의 오랜 내공을 엿보게 하는 성과물로 인간의 운명과 그 의미를 해석해 보려고 한 800페이지가 넘는 장편소설이다.

김인배 소설가의 지식과 안목은 한일고대사 관련 연구에서도 잘 드러난다. 일본서기(日本書記) 고대어(古代語)는 한국어(1991년), 전혀 다른 향가와 만엽가(1993년), 임나신론(任那新論)(1995년), 고대로 흐르는 물길 (1995년), 신들의 이름 : 일본 천황가의 한국식 이름 연구(2009년) 등은 전공학자들도 주목하는 연구서들이다. 이런 김인배 소설가의 작품들과 연구서들이 눈 밝은 사람들에 의해 제대로 평가를 받고 빛을 보게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