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재남의 포엠산책(81)들어간다는 말(최광임)

2022-08-28     경남일보

 



들어간다는 말은 뭔가 시작한다는 말이지. 이쪽에서 그쪽으로 혹은 저쪽으로 경계를 넘어서는 것이지. 연두는 초록에 쳐들어가 녹음이 되지. 5월 어느 변덕스러운 날의 비를 타고 들어가지. 그러니까 초록이 무장무장 짙어지는 일도 들어간다는 말이지.

작년 6월 나는 저 첩첩 녹음 밖으로 되짚어나갔지. 연두가 쳐들어간 초록을 쏜살같이 지나갔던 것인데, 녹음을 몇 폭이나 헤치며 갔는지는 모르겠어. 들어간 곳에도 삼백 년 된 녹음이 장엄했거든. 그게 한 생이 한 삶으로 들어가는 최초의 길이었지? 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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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em산책…… 생을 피해서 만나는 다른 생은 어떤 걸까요. 이쪽에서 저쪽의 경계를 넘어 연두가 초록으로 짙어가는 그즈음이라면요. 그래서 생과 생이 모종의 관계를 맺는 거라면요. 시작과 다른 시작의 의미가 무엇인지 생각하게 하네요. 그러니까 생은 처음이면서 또 다른 세계의 처음을 알리는 일인 것 같아요. 모르긴 해도 뭔가 깊고 장엄한 것이 느껴져요. 어쩌면 냉혹하고 잘 실패하기 위한 학습된 단면은 아닐까 생각하게 돼요. 들어간다는 것은 첩첩 녹음 밖으로 되짚어나가는 일이면서 몇 폭인지도 알 수 없는 깊은 삶으로 가는 최초의 길이니까요. 그리하여 한 생이 한 삶이 되는 것은 이리 고단한가 봅니다. 세상에 쉬운 일이 얼마나 되겠습니까만, 생이라든지 삶이라든지, 이런 단어 앞에 우리는 자주 절망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절망에 기대어 살아야 하는 게 나약하면서 강한 우리가 아닐까요. 그럼요. 그럴 거예요. 이쪽의 것이든 저쪽의 것이든, 생은 매번 새로운 얼굴로 새로운 표정으로 너무나 유동적이고 매혹적으로 우리 곁에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