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벌초(伐草)

정영효 (논설위원)

2022-08-31     경남일보
열흘 후면 우리나라 고유의 최대 명절인 ‘한가위’다. 추석을 앞두고 성묘객들의 벌초(伐草)가 막바지다. 조상의 묘에 찾아와 여름내내 무성하게 자란 잡초를 베어 내고 허물어진 봉분과 묘역을 손질하는 성묘객 모습에서 잠시나마 자손으로서의 도리와 본분을 다했다는 뿌듯함이 느껴진다.

▶묘를 돌보는 행위를 일컬는 말로는 벌초(伐草) 외에도 금초(禁草)·사초(莎草) 등이 있다. 그 행위 자체에는 미묘하게 차이는 있지만 그 근본 의미는 똑 같다. 자손이 조상의 묘를 정성과 마음을 다해 손질하는 행위라는 것이다. ‘벌초’는 무덤의 풀을 깎아 깨끗이 하는 행위다. ‘금초’는 ‘금화벌초(禁火伐草)’의 줄임말로서 불을 금하고 때맞추어 풀을 베어 묘를 잘 가꾸는 행위를 말한다. ‘사초’는 허물어진 무덤에 떼를 입히고 다듬는 행위를 일컫는다.

▶그런데 벌초가 거의 막바지인데도 여전히 벌초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묘역이 더러 보인다. 아마 후손이 없거나 후손들이 실묘를 한 묘역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일부는 후손들이 바쁘고, 귀찮고, 하기 싫다는 핑계로 일부러 벌초를 하지 않고 내팽겨둔 묘역도 있다고 한다. ‘효 사상’이 갈수록 사라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벌초’는 조상의 묘를 찾아 단순히 돌보는 행위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 단순히 자손으로서 도리를 다하는 행위를 넘어서, 벌초라는 행위를 통해 조상과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고, 가족간에 화목을, 자녀들에게는 자신의 뿌리와 근본을 알게 해 주는 것이다. 그게 ‘벌초’의 진정한 의미다.
 
정영효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