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임의 디카시 행진 81] 햇빛 밥상 (윤미경 동화작가)

2022-09-01     경남일보


햇빛을 체에 곱게 걸러

당신을 위한 밥을 짓습니다

눈부신 밥 한 숟갈

뜨시게 먹고

당신, 빛나시기를



-윤미경 동화작가 ‘햇빛 밥상’



그렇다. 빛이 강렬하면 볼 수 없게 된다. 눈이 부셔 ‘당신’의 형체를 알아볼 수가 없다. 아무리 좋다는 것도 과하면 넘쳐 무용하기 마련이다. 그러니 이른 아침의 기운 넘치는 햇빛은 걸러야 한다. 밀가루를 체에 거르는 것은 반죽이 뭉치거나 몰리지 않게 하기 위함이듯, 빛이 고르지 못하여 밥이 설익거나 눌어버린다면 ‘눈부신 밥’이 될 수 없음이다. ‘당신을 위한 밥’이기 때문이다. 뜨신 밥 먹고 빛나는 것은 햇빛이 아니라 오로지 ‘당신’이어야 하므로. (시인·두원공대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