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의령 국립국어사전박물관건립을 기원하며

성수현 (의령문화원장)

2022-09-04     경남일보


1942년 일제는 우리말과 글을 없애기 위해 조선어학회사건을 일으킨다. 조선 13개 도 출신으로 구성된 조선어학회 회원 중 33인을 지목해 투옥. 고문 등을 한 사건이었다. 여기에는 경남출신 8인이 포함되었는데, 그 가운데 3인이 의령출신이다.

그 첫째가 조선어학회 살림살이에 크게 기여한 남저 이우식 선생, 둘째가 조선어학회 간사장(지금의 한글학회 회장)을 맡아 국어사전 발간에 앞장 선 고루 이극로 박사이다. 셋째가 국어사전 집필위원이었고 해방 후 초대 문교부장관을 역임하고 한글 전용을 주창하며 홍익인간의 이념을 창시한 한뫼 안호상 박사이다.

의령문화원에서는 2019년 10월 8일 ‘의령의 인물과 학문’ 이라는 학술발표회를 개최해 이 세 분에 대한 깊이 있는 토론의 장을 마련한 바 있다. 당시 발표는 김복근 박사(전 거제교육장), 고영근 박사(전 서울대), 박용규 박사(고려대), 임종욱교수, 조규호 교수가 맡았다. 그날 세 분의 업적을 개괄한 김복근 박사는 의령에 조선어학회 박물관을 건립하자는 제안을 했는데, 이것이 발전한 게 국립국어사전박물관 건립이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2020년 6월17일 의령문화원 원장실에서 관계자들이 모여 국립국어사전박물관 건립을 위한 큰 그림을 그렸다.

같은 해 11월에 창립 발기인대회 후 2021년 10월 한글주간 설정 선포, 33인을 기리는 가로 깃발(배너)설치, 11월에 전국적 명망이 있는 국어학자를 초빙해 학술대회도 가졌다. 두 번째 학술대회는 올해 3월 국회에서 개최해 큰 주목을 받았다. 지난 4월에는 고루 이극로 박사 배움길 걷기 행사도 했다.

고루 선생의 배움의 길은 중국, 독일로까지 연장했으니 그 의미는 실로 크다 하지 않을 수 없다. 의령은 국가를 위하여 헌신한 분들을 많이 배출한 고장이다. 위 세 분 외에도 임진왜란 때 제일 먼저 의병을 일으킨 망우당 곽재우 장군의 고향도 의령이고, 상해 임시정부에 독립자금을 제공한 백산 안희제 선생, 세계 굴지의 기업 삼성의 창업주 호암 이병철 선생도 의령 출신이다. 또 국내에서 가장 많은 기금으로 장학재단을 운영하고 있는 관정 이종환 선생도 의령 출신이다. 이런 많은 인물을 배출한 의령에 국립국어사전박물관을 건립하여, 애국 ‘애족’문화창달의 중심지역으로 자리매김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는 국가균형 발전에도 크게 이바지하는 일인 만큼, 너와 나, 지역을 떠나 이 일이 성공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주시길 간곡히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