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반려동물 보유세

한중기 (논설위원)

2022-09-07     경남일보
며칠 전 지하 주차장에서 오가도 못한 채 울음소리만 내는 유기묘 한 마리를 만났다. 다가가 살펴보니 한쪽 뒷다리가 골절된 고양이다. 모르긴 해도 간밤에 따뜻한 자동차 엔진룸 부근에서 자다가 변을 당한 모양이다. 지자체에 신고를 했더니 ‘유기견은 몰라도 유기묘는 어렵다’며 볼멘소리를 하더니, 마지못해 ‘사람을 보내겠다’고 했다. 4시간 여 만에 유기동물 보호센터로 보낼 수 있었다

▶거리두기 해제와 함께 휴가시즌을 지나면서 반려동물 유기도 늘어나고 있다. 반려동물을 맡기는 비용부담 때문에 한적한 농촌이나 휴가지에다 몰래 버리는 사람들이 많다. 반려동물 유기는 여름 휴가철에 집중된다고 한다. 요즘은 사료 값 폭등 때문에 내다 버리는 사례도 늘고 있단다.

▶1인 가구 증가와 더불어 반려동물을 기르는 가구가 600만을 넘어섰다.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유기동물이 사회문제로 등장했다. 유기동물은 해마다 13만 건 이상 발생하고 있다. 이에 따른 사회적 비용도 증가추세다. 전국동물보호센터 280개소에서 267억원의 운영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반려동물 보호와 유실·유기방지를 위해 2014년부터 2개월 령 이상 반려견 등록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등록률은 40%도 안 된다. 이런 가운데 반려동물 보유세 도입이 검토되고 있다. 비용 때문에 유기가 늘어날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 여론도 만만찮다. 하지만 진정으로 반려동물을 위한다면, 보유세 도입과 함께 가족처럼 지내다 돈 든다 해서 내다 버리는 그릇된 인성부터 바로 잡아야 할 것 같다.
 
한중기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