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세계 민주주의의 날

한중기 (논설위원)

2022-09-14     경남일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취임한 2007년 유엔은 9월 15일을 세계 민주주의의 날로 지정했다. 자유, 인권존중, 보편적 참정권, 주기적이고 공정한 선거 등 민주주의 핵심가치가 잘 지켜지고 있는지 톺아보자는 취지로 제정된 국제 기념일이다. 어느덧 15년이 흘렀지만 세계의 민주주의는 날로 퇴보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EIU)나 브이뎀(V-Dem) 같은 민주주의 지수를 보면, 세계적으로 민주주의의 심각한 후퇴가 감지되고 독재의 물결이 거세지고 있다. 세계 민주주의 지수가 2020년 5.37(10점 만점)에서 2021년에는 5.28로 하락했다. 민주주의의 위기라 할만하다.

▶민주주의 지수 하락에는 코로나19 방역조치도 한 몫 했다. 이동제한이 가장 큰 요인이었다. 민주적 절차와 과정을 무시하는 포퓰리즘의 확산과 권위주의로의 회귀도 민주주의 지수를 깎아내리는데 일조했다. 정부의 문제 해결능력에 대한 불신, 민주주의의 대안으로 중국 모델이 부상한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민주주의는 어떨까. ‘민주주의 지수 2021’에 따르면 8.16로 167개국 중 16위다. 지난 해 8.01로 23위를 기록하며 5년 만에 ‘완전한 민주국가’ 대열에 합류해 7단계 상승하면서 2년 연속 성숙한 민주주의 국가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양 극단의 팬덤이 벌이는 반목과 갈등이 끊이지 않는 한국 정치의 현주소를 보노라면 과연 민주주의가 살아 있기는 한 건지 궁금하다.
 
한중기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