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부울경 행정통합론

2022-09-22     경남일보
‘예로부터 천하대세란 나눠진 지 오래면 반드시 합쳐지고 합친 지 오래면 또 나뉘는 법이라 했다(分久必合, 合久必分).’ 세상 모든 건 돌고 돌게 마련이라는 이 노장(老莊)적 통찰은 알려져 있듯 소설 삼국지의 첫 문장이다. 장구한 역사로 볼 때 분열과 통일은 반복된다는, 이른바 순환통일론의 명료한 설명이 아닌가 싶다.

▶천하대세일까. 부산 울산 경남을 하나의 지자체로 통합하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부울경 메가시티’가 지역에 어떤 영향을 줄 건지 연구용역을 맡겨 그 결과를 받아든 경남도의 제안이다. 메가시티보다는 차라리 그게 낫겠다는 것. 행정통합은 1995년 진주시와 진양군, 삼천포시와 사천군, 2010년 창원시와 마산시가 각각 합친 형태의 합병 통합을 뜻하는 것이리라.

▶부산과 울산은 본디 경상남도에 속한 시·군지역이었다. 1896년 경상도가 남·북도로 나뉘어 경남이 된 뒤로 죽 그러다가 부산이 1963년 직할시로 승격돼 나갔고, 이어 울산도 1997년 떨어져나갔다. 나뉜 지 너무 오래된 걸까. 박완수 경남지사를 필두로 이걸 합치자는 소리를 내기 시작한 거다.

▶이렇게 갈라졌다가 합치자는 말이 나오는 곳은 근자에 부울경 말고도 더러 있었다. 대구와 경북, 전남과 광주, 충남과 대전이 그런 경우다. 경기도는 쪼개려고도 하고 있지만, 우리나라 행정구역은 또 한번 크게 개편할 때가 됐을까. 작금의 행정통합 목소리가 점차 힘을 얻어 천하대세를 이룰지 지켜볼 일이다. 삼국지 첫 문장이 새삼 생각난다.
 
정재모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