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혹독한 겨울을 예감 한다

변옥윤 (논설위원)

2022-09-26     경남일보
1973년 그해 겨울은 너무 추웠다. 세계 1차 오일쇼크가 석유를 전량 수입하는 우리나라에 미친 영향은 엄청났다. 중화학공업육성을 기치로 내걸었으나 석유 수입 비용은 3배로 늘어나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졌고, 20%가 넘는 물가 상승률로 경제는 힘들어졌다. 밤거리 네온사인이 사라지고 아침방송 중단과 엘리베이트 격층 운행, 겨울철 실내온도도 18도 이하로 규제했다.

▶석유 수입국들은 전기 배급제를 실시하고 국가가 석유 소비를 통제하는 비상 수단을 강구하기 시작했다. 높은 실업율에 스테그플레이션으로 세계경제는 곤두박질쳤다. 우리나라도 비로소 유전 개발에 나서는 한편 에너지의 중요성을 국가 중요시책으로 삼아 비축과 정유에 적극 나서는 계기가 됐다. 지금 유럽은 오일쇼크에 버금가는 가스쇼크로 난리다.

▶러시아가 가스관을 잠근 탓이다. 천연가스가 9배 이상 급등하고 전기와 가스 요금이 천정부지다. 창고 속 장작보일러가 다시 나오고 핀란드는 사우나 일주일에 한번 가동, 쓰레기로 사우나연료 대체에 프랑스는 에펠탑 소등, 심지어는 직장에서 샤워하고 퇴근하는 풍조마저 등장했다.

▶마침내 ‘장작이 금이다’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탄소중립이 역주행할 수밖에 없는 지경이다. 네덜란드와 독일 등 공업국들은 가스로 인한 생산라인 중단을 걱정하는 단계에 이르렀고 우리도 타격은 불가피할 것이다. 석유값 요동으로 이미 지난 석달 무역적자가 이어졌다. 유럽을 강타하고 있는 가스파동은 이제 곧 우리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혹독한 겨울이 예상된다.
 
변옥윤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