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임의 디카시 행진 84] 알집 (박소영)

2022-09-29     경남일보


봄을 담은 수백 개의 압축파일이야

자동 파일이지, 내년까지 클릭 금지

-박소영, ‘알집’



시계를 잘 보지 않던 시절엔 닭 울음소리로 시간을 짐작해 왔다. 인寅시가 되면 첫닭 울음소리를 들었다. 어른들은 새벽 3시경 첫닭이 울면 귀신들도 활동을 멈추고 하루가 밝아오는 시간이라고 보았다. 닭은 새벽 3시면 자동으로 울고 시간은 닭이 울면 자동으로 3시가 되던 때였다. 물론 지금이야 자정에 울어대는 닭이 있기도 하다. 그럼에도 기온을 알고 농사를 짓기 위해 계절을 구분해 놓은 24절기는 순환한다. 자동이다.

청명, 곡우, 입하, 소만 기간, 그러니까 4월부터 5월까지 민들레가 핀다. 그것도 봄 농사를 시작할 시점부터 피기 시작하여 본격적인 농사를 지어야 하는 기간에 피는 꽃이다. ‘봄을 담은 수백 개의 압축파일’인 만큼 민들레는 배부른 꽃이다. 그러니 봄을 인위적으로 열어 때를 맞추지 못하면 안 된다. ‘자동’을 자연에 맡기지 않고 기계화하고 인위로 작동하게 함으로써 인간은 지금 건강하지 못한 지구에 사는 것 아닌가. 시인·두원공대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