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어쩌다 우리 정치가?

정영효 (논설위원)

2022-10-03     경남일보
“달밤에 삿갓 쓰고 나온다”라는 속담이 있다. 가뜩이나 미운 사람이 더 미운 짓만 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지금 정치권에서 하고 있는 짓거리를 보면 딱 그렇다. 지금까지 미운 짓만 하더니 이번에 또 미운 짓으로 국민들을 실망을 넘어 분노케 한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高) 속에서 민생은 파탄지경인데도 정치권의 정쟁은 점입가경이다.

▶국회가 지난달 29일 오후 박진 외교부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처리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일부 무소속 의원들만 참여한 단독 처리였다. 대통령의 비속어만 남은 외교참사를 막지 못한 것도, 대통령이 빈손으로 돌아오도록 한 무능도 모두 박 장관과 외교라인의 책임이라는 게 민주당이 해임건의안을 통과시킨 이유다.

▶30일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박 장관의 해임건의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탁월한 능력 가졌고, 국익 위해서 전 세계로 동분서주 하는 유능한 장관이라는 이유다. 국민의힘은 김진표 국회의장 사퇴 촉구 결의안을 제출했다. 김 의장이 해임건의안을 국민의힘과 협의도 하지 않고 의사일정 변경에 동의함으로써 중립성에 대한 국회법 취지를 정면으로 어겼다는 이유다.

▶헌법 제63조에 따라 국회가 장관 해임건의안을 통과시키는 것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도 모두가 합법적이다. 합법적인 권한이지만 이 행위로 인해 나라는 더 혼란에 빠지고, 국민의 삶은 더 힘들어진다. 어쩌다 대한민국 정치가 미운 짓만 하는 정치인들이 판을 치는 정치로 전락하게 되었는지 한심할 뿐이다.
 
정영효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