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에서]쓴소리할 용기

허미선 (시인·교사)

2022-10-04     경남일보


2학기가 시작되고 학부모 상담 주간을 맞았다. 학부모님의 관심은 주로 학습에서 시작하여 교우관계로 매듭이 지어진다. 평소엔 자녀의 시각으로 전하는 말로 학교생활을 어림짐작하기 마련인데 이때는 선생님의 관찰을 바탕으로 하는 의견을 들을 수 있어서 학부모님 대부분이 참여한다. 수업을 마치고 일주일간 퇴근 시간까지 혹은 시간이 안 되는 경우 퇴근 후에도 상담하기 때문에 피로감이 많은 한 주를 보내게 된다. 그중에서도 부모님이 듣고 싶지 않을 수도 있는 얘기를 전할 때는 피로감이 가중된다.

흔히 좋은 말을 들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행복해진다. 그래서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라는 말이 회자 되기도 한다. 마찬가지로 학부모님 입장에서 자녀의 장점을 들으면 기분이 좋지만 고쳐야 하는 단점을 들을 땐 마음이 편치 않을 것이다. 이런 사정을 알기에 선생님들은 단점을 말하기가 조심스러워 고심하게 된다. 혹시라도 자녀를 싫어한다는 오해를 받을지도 모른다는 염려로 최소화하거나 심각하지 않을 땐 전혀 말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핵가족화로 가정에서 한두 아이들이 보물로 자랐는데 보물이 가득한 교실에서 보물처럼 살아가려니 뜻대로 되지 않는 게 대부분이다. 그러나 참 이상하게도 학교에 오면 그 보물들은 친구를 배려하려고 자기 욕심을 내려놓기도 하고 함께 행복해지는 규칙을 지키려 노력한다. 그리고 친구가 있어서 더 즐겁게 놀고 더 열심히 배운다. 그러나 모두 그런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자주 행복이 부서지기도 한다.

자기 마음대로 하는 게 당연한 아이는 친구의 물건을 허락 없이 만지고 학급 규칙을 지키지 않으며, 이야기하고 싶을 땐 때를 가리지 않고 말하며, 친구도 자기 뜻대로 다루려 하다 말을 듣지 않으면 욕을 하기도 하고 주먹을 휘두르기도 한다. 학교에 여러 법의 적용이 많이 되는 요즘 상황에서 이런 아이들의 지도는 어려움이 많이 따른다. 다행히 지혜로운 친구와 부모님들의 이해가 있어 ‘학교폭력법’의 적용으로 진행되지 않고 생활지도로 용서와 화해하며 함께 성장하고 있다. 늘 고마운 일이다. 행여라도 심각한 일이 벌어질까 염려되어 화장실 볼일도 참고 교실을 지키시는 선생님이 계실 것이고 점심시간 전에 벌어진 아이들의 다툼으로 입맛을 잃어 점심을 먹는 둥 마는 둥 거르시는 선생님이 계실 것이다.

장점보다 고칠 점이 더 시급해서 학부모 상담 주간에 선생님의 견해로 또 쓴소리 하신다면 그분의 용기를 마음으로 받아 주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