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돈 얼룩진 국토관리…진영국토유지관리 공무원 10명 입건

공사 수주업체에 특정 하도급 알선 업체로부터 억대 뇌물 받아 챙겨 하지도 않은 공사 준공 내주기도

2022-10-04     강진성
국도 시설물 유지관리·감독 업무를 맡은 공무원들이 부실 공사를 조장하고 업체로부터 뒷돈을 받아오다 무더기로 붙잡혔다. 또 이들은 업체가 하지도 않은 공사를 했다고 눈감아 줘 수억원의 혈세가 지급되도록 했다.

4일 경남경찰청 광역수사대 반부패수사1계는 하청업체 알선 대가로 뇌물을 수수하고 부실시공을 묵인한 공무원 10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비리가 밝혀진 공무원들은 부산지방국토관리청 진영국토관리사무소 소속 국토부 직원들이다. 입건된 공무원은 국토유지관리사무소 공무원 7명(구속 3명)을 비롯해 공사 감리(공무원 의제) 3명 등이다. 또 뇌물을 주고 허위 준공을 하는 등 불법을 저지른 공사업체 대표 45명과 법인 36개도 입건됐다.

경찰은 지난 2020년 1월부터 2021년 말까지 2년 간 진영국토관리사무소 관할 터널공사 비리를 집중 수사했다. 비리 과정에는 국토관리사무소 직원들이 업체 선정부터 준공까지 철저히 개입됐다. 직원들은 시설보수공사 낙찰업체를 불러 자신들이 알고 있는 하도급 업체에 일을 주도록 알선했다. 공무원들이 공사 전반에 대한 관리감독 권한이 있는만큼 낙찰업체가 이를 거부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공무원들이 소개해 준 하도급 업체는 무면허설계업자로 공사는 시작부터 부실이었다. 소방설비부터 환풍설비공사까지 모두 무면허업자가 실시설계용역을 맡았다. 낙찰된 원청업체는 공사비의 70% 정도를 주고 불법하도급 업체에 공사를 넘겼다.

이 과정에서 공무원들은 1억 2000만원 상당의 뇌물을 받았다. 태블릿PC 등 전자기기도 제공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무원 A씨는 터널·시설 관리용역 계약시 특정업체 알선 대가로 친동생을 취업시키고 수천만원대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구속된 다른 공무원 B씨와 C씨도 특정업체 알선대가로 수천만원에서 수백만원 상당의 뇌물 또는 금품·향응을 받았다.

특히 공무원들과 현장 감리는 업체가 하지도 않는 공사를 마쳤다고 묵인해 허위 준공서류 작성을 돕기도 했다. 업체측은 터널 입구에 설치된 도로전광표지판(VMS:교통·도로·기상상황이나 통제 등을 실시간 제공하는 장비)의 정상 작동여부를 모니터링하는 ‘옥외포지셔닝 카메라’를 설치하지 않고 허위로 준공검사를 받았다. 옥외포지셔닝 카메라 설치비용은 대당 1000여만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허위 준공검사를 통해 2억 6000만원 상당의 국고를 손실시킨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은 압수수색 과정에서 공무원 A씨 차량 안에 있던 뭉칫돈(현금 1300만원)을 증거로 확보했다. 또 뭉칫돈과 공무원들에게 제공된 1964만원 상당의 뇌물을 압수하고, 범죄수익금 1881만원에 대해 기소 전 추징보전 결정을 받았다.

김용일 경남경찰청 반부패수사1계장은 “이번 수사를 통해 공공안전시설에 대한 안전불감증으로 인한 부정부패의 범죄행위는 반드시 처벌된다는 경종을 울릴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며 “이러한 부정부패로 인한 부실시공으로 전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중대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음을 명심해 앞으로 이와 유사한 사례가 근절될 수 있도록 모두가 함께 노력하는 공감대가 형성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번 수사와 함께 정부에 제도개선을 건의했다. 경찰은 “불법하도급 근절을 위해 국가시설물(국도·터널·교량 등) 발주공사 관련 해당 법률(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상 낙찰자에 대해서도 터널청소차량, 하수도 준설 특장차 등 일정한 장비를 소유한 업체만이 입찰할 수 있는 요건을 신설해야 한다”며 “소방시설공사업법·정보통신공사업법·건선산업기본법·기계설비법·엔지니어링산업진흥법에서도 불법하도급한 업체뿐만아니라 받은 업체도 처벌하는 규정을 신설해 달라”고 요청했다.

강진성기자 news24@g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