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임의 디카시 행진 85] 난파선 (문설)

2022-10-06     경남일보


바람이 풀을 흔들어 난파선의 문을 열고 있다

문 안엔 물고기들의 선한 눈동자가 들어 있다



멈추어 흐르는 파도가 새겨질 때마다

정박한 절벽 끝이 꿈틀거린다

-문설 시인, ‘난파선’



제주 한경면 신창리 앞바다에는 12세기 중국과 일본으로 오가던 무역선이 침몰해 있다. 물질하던 해녀가 금 장신구를 발견한 데 이어, 900년 전 중국 남송 시대 도자기가 나오며 세상에 알려졌다. 미국 미시간 호수 일대는 난파선들의 보고이다. 미시간 호수에는 상업용 선박 2천여 척의 침몰선이 있다고 한다. 1800년대부터 20세기 초까지 미국 경제성장에 지대한 역할을 한 운행 선박들의 면면을 담고 있다. 당시의 비극이 수중유물로 남아 역사를 만든 셈이다.

시인이 발견한 난파선에는 바다의 구름 그리고 바람의 방향과 파도의 모양이 그림으로 남아있다. 사람의 역사 이전의 유물을 시인은 발견하였다.(시인·두원공대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