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강홍의 경일시단]낙엽(구르몽)

2022-10-23     경남일보
시몬, 나무 잎새 져버린 숲으로 가자

낙엽은 이끼와 돌과 오솔길을 덮고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낙엽 빛깔은 정답고 모양은 쓸쓸하다

낙엽은 버림받고 땅 위에 흩어져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해질 무렵 낙엽 모양은 쓸쓸하다

바람에 흩어지며 흩어진 낙엽은 상냥히 외친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발로 밟으면 낙엽은 영혼처럼 운다

낙엽은 날개소리가 여자의 옷자락 소리를 낸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가까이 오라, 우리도 언젠가는

낙엽이리니

가까이 오라, 밤이 오고 바람이 분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10월에는 모두가 시인이다. 물들어 가는 단풍과 함께 찬바람에 옷깃을 세우고 낙엽을 밟으며 걷는 길들이 모두 한 편의 시다.

햇살마저 따사로운 때, 어딘가라도 답장을 기대하지 않는 편지라도 쓰고 싶기도 하고 단풍 익는 냄새와 함께 커피 한 잔 나누고 싶은 계절이다.

저 깊숙이 숨겨둔 사진첩의 추억들이 바스락대기도 하며 어느 영혼을 쓰다듬고 함부로 기대고 싶은 충동의 계절이기도 하다, 지나온 시간이 낙엽처럼 밟힌다. 어디에라도 따뜻하게 다가가고 싶기도 하다. 가을인 갑다.

경남시인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