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또 ‘범털’들의 감옥행

2022-10-25     경남일보
구속된 인사의 교도소 은어(隱語)로 ‘범털’과 ‘개털’이란 말이 있다. 죄를 짓고 교도소에 가도 특별한 대우를 받는 고위 관료, 정치인, 기업인 등을 속어로 ‘범털’이라 한다. 돈도 없고, 면회객도 거의 없는, 별볼일 없는 일반 재소자는 ‘개털’이라 한다.

▶법은 만인 앞에 평등하다지만 현실은 강자에겐 약하고, 약자에겐 강하다는 냉소주의가 팽배하다. ‘범털’들이 죄값을 제대로 치르지 않은 탓이다. ‘범털’은 돈이 많거나 전직 고위층의 수감자를 일컫는 말이고, ‘개털’은 사식(私食)은커녕 한겨울에도 입을 내복조차 넣어주는 사람이 없다고 한다.

▶돈, 권력 등 힘 있는 ‘범털’들은 죄를 짓고 감옥에 가더라도 곧 나오는 경우도 봐 왔다. ‘범털’들은 수감 되면 즉시 구속집행정지, 보석, 형집행정지, 사면, 가석방 등의 절차를 추진하는 ‘합법적인 탈옥’ 방법을 쓴다. 우연의 일치인지 ‘범털’들은 구속만 되면 갑자기 ‘중환자’가 되는 경우가 허다했다. 또한 건강을 이유로 특권층의 전유물로 여겨지는 형집행정지 조치를 받아낸다.

▶정·관·재계 출신 ‘범털’들은 형기의 절반도 못 채우고 출소하는 경우도 있었다. ‘범털’들은 인권보호 차원에서 마련된 형집행정지 등을 최대한 이용, 제도의 취지마저 흐리게 하고 있다. 전직 국방부장관, 해양경찰청장이 구속되는 등 정권이 바뀌면 ‘범털’들의 감옥행이 관행처럼 또 시작되고 있다. 이수기·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