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학교 급식 조리사 환경개선 시급하다

2022-10-26     경남일보
학교 급식 조리사의 열악한 근무환경이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음식을 조리하는 공간은 생각 보다 훨씬 위험하고 힘든 곳이다. 특히 학교 같은 대형 급식실은 단순한 취사 공간이 아니라 산재 위험성이 도사리고 있는 산업 공간이다. 불과 연기, 뜨거운 물·기름 등이 화학반응을 일으키게 되면 인체에 치명적이다. 경남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는 도내 학교급식 노동자 1452명의 폐 CT 촬영 결과 응답자의 37.12%에 해당하는 540명이 이상 소견으로 나왔다고 25일 발표했다. 기름을 고온으로 끓였을 때 나오는 발암성 물질이 섞인 연기 ‘조리 흄’(cooking fumes)에 노동자들이 높은 수준으로 노출됐다는 것이다. 조리 흄은 WHO가 분류한 발암물질이다. 조리 중에 발생하는 미세먼지나 식용유 기름이 산화되면서 발생하는 연기가 발암물질로 작용해서 폐암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2018년 수원에서 급식 노동자 한 명이 폐암으로 사망한 사건이 발생한 이후 3년 만에 조리 흄에 의한 폐암이 업무상 질병인 산재로 판정받기도 했다.

이처럼 급식 노동자의 열악한 근무환경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등장했는데도 도내 급식 노동자 상당수가 폐에 이상 소견 판정을 받은 것은 교육당국의 안이한 대처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금이라도 튀김 솥 같은 조리 기구를 인덕션 등으로 교체하는 것은 물론 미세먼지 발생을 최대한 억제할 수 있도록 조리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다행히 도교육청은 406억원을 들여 70개 학교 조리실 환기 시설을 개선하고, 전기식 조리 기구로 전환을 서두르면서 급식종사자 증원하겠다고 약속했으니 근무환경이 개선되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단순하게 환기시설만 개선한다고 해서 급식 종사자의 폐암 발생이 없어질 것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발병률은 어느 정도 줄일 수 있겠지만 조리 흄을 유발하는 위험요인을 제거하지 않는 한 완전하게 사라질 수는 없다. 인력 배치 기준 개선과 조리 흄을 유발하는 메뉴를 조정하는 등 적극적인 대책마련에 나서야 한다.